집 이야기/다가구주택 울산 원명재

헌집 다오 새집 줄께-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다가구주택 짓기1

무설자 2017. 4. 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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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가 풀어내는 다가구주택 설계 이야기1

 

어느 일요일 저녁, 온라인 차茶 카페의 회원인 생면부지의 다우茶友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에피소드인 커피'에 와 있는데 시간이 허락된다면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카페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살고 있지만 그때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집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서둘러 밥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그는 차연구소에 올린 내가 썼던 건축에 대한 글을 읽고 찾아왔다고 했다. 

 

내가 썼던 글을 읽어보고 마음에 와닿아서 상담을 하기 위해 염치 불고하고 전화를 넣었다고 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허물고 다가구주택을 짓기 위해 설계를 진행 중인데 자문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계를 의뢰하려고 찾아온 게 아니라 다른 건축사와 계약을 하고 진행 중인 일이라니 잠시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자신이 살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제대로 판단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한 나의 글을 읽고 그 믿음으로 먼 길을 자문받으러 았으니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날은 상담해 줄 수 있는 자료를 준비를 해 오지 않았기에 자세한 얘기는 그다음 주에 나누기로 했다. 

 

설계는 이미 그 지역의 건축사에게 진행을 하고 있어서 도면을 챙겨 오면 내 의견을 더하면 좋은 집을 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살고 있는 집을 허물고 4층 규모의 수익형 다가구주택을 지으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친구분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다우가 살고 있었던 오래된 단독주택

 

다우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정원

 

 

다우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너무 소탈한 분이라 오래된 주택에 사는 환경도 부족함이 없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거의 정남향인 작은 마당에 화초를 가꾸면서 사는 지금의 삶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니 새집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개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야 하는 데다 다가구주택은 세입자가 만족하기에 따라서 수익구조가 달라지니 따져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또한 수익구조에 의해 부동산적인 가치가 결정되기에 각 세대의 경쟁력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평면을 구성해야 한다. 집의 외관도 중요한데 주거건축은 지나친 디자인을 지양하고 유지관리가 편하면서 품위가 있어야 한다. 베스트셀러형 집은 사업자가 분양하는 건물에 해당되는데 단기수익에 치중되어 입주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 

 

최상층에 건축주가 살면서 아래층에 수익형 임대주거를 두는 다가구주택은 스테디셀러형 집이 되어야 한다. 임대세대에 사는 분들이 한번 입주하면 오래 거주할 수 있어야만 관리비용이 적게 들고 집도 깨끗하게 쓰게 된다. 세입자가 자주 바뀌는 집은 도배, 장판, 싱크, 욕실, 문 등을 수시로 손을 봐야 하므로 수익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주가 사는 세대는 건물을 팔지 않는 한 계속 살아야 하므로 단독주택을 짓듯이 요모조모 충분히 따져 설계가 되어야 한다. 다가구주택의 최상층은 박스 형태의 아파트 평면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옥상과 다락, 발코니 등을 활용하여 단독주택만큼 풍부한 주거환경이 되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하는 걸까? 집 짓기는 정성을 다해서 백년대계의 마음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다고 쓰는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다른 짓는다는 표현으로는 약을 짓고, 글을 짓는 데에도 그 쓰임새에서 혼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지금은 옷도, 밥도, 집도 상품으로 사고 마는 데다 약도 그렇고 글도 컴퓨터에서 가벼이 베껴 쓰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얼빠졌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지어서 써야만 얼이 채워지는데 만들어 파는 것을 사서 쓰다 보니 우리의 삶에는 얼이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의식주가 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 만들어진 것을 취하기보다 지어서 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면 어떨까 싶다. 

 

 

다우의 집짓기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이야기를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 설 자

 

설계자 김정관 건축사는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단독주택 이입재로 부산다운건축상, 명지동 상가주택 BALCONY HOUSE로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