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멀리서 온 다우들과 차를 마시며
여름휴가를 맞아 다우가 서울에서 무설자를 찾아온다고 했다.
그 귀중한 휴가 시간을 쪼개서 무설지실을 방문한다고 하니 다연이 참 지중함을 느꼈다.
온라인 카페에서 3인방으로 茶情을 함께 나누는 진주에 사는 다우도 이 찻자리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바쁘다고 엄살을 떠는 무설자를 위해서 부산에서 茶情을 풀기로 해 모이는 자리였다.
날짜를 잡고보니 중국에 살고 있는 두 다우가 같은 시간에 함께 하게 되었다.
두 사람씩 서로 아는 사이지만 찻자리란 함께 앉으면 금방 어울릴 수 있으니 어떠랴하는 생각이었다.
네 분을 위한 찻자리는 준비랄 것도 없이 잔만 네개 준비하면 그 뿐이었다.
테이블을 깨끗히 닦고 하얀 백자 잔 네개를 놓고 다우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항주에서 오는 다우는 차관련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니 오늘 다담은 찰진 이야기가 많이 오갈 것이라 기대를 해보았다.
사무실에서 쓰는 자사호를 다 꺼내놓고 어껴 마시는 숙차를 5-6g씩 넣어 두었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 숙차와 올해 최고의 고수차가 내가 준비한 접대 품목이다.
궁금한 것은 나이를 먹었다고 제 값을 하느냐를 같이 한번 보자는 것이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니 이렇게 무설지실을 꽉 채우는 찻자리가 준비되었다.
무설자의 찻자리 신조, 차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어떤 차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다우들을 네 분이나 모시니 차는 어떤 종류라도 값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통 성명을 하고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누가 보아도 세월을 따질 수 없이 편한 자리가 되었다.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와 차를 마시며 얻게 되는 귀한 이야기,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다우를 위한 조언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차는 이래서 세상의 어떤 것을 섞어도 아름답게 승화되는 묘한 존재이다.
무설자가 준비한 세월도 거룩한 숙차들이 어떤 결론으로 평가가 되었을까?
70년대 숙차는 나이를 헛 먹었다는 평이었고 80년대 숙차는 나이값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70년대 숙차의 평가는 신랄하였는데 앞으로는 마시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우려마저 담긴 내용이었다.
항주에서 온 다우의 선물이 1부 찻자리를 마무리하는 차가 되었다.
늘 보이차만 마시는 무설자가 염려되었을까?
다우가 선물로 준비한 차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철관음과 福鼎 대백호로 만든 白茶였다.
요즘은 청차류도 발효도를 낮춘 향 위주로 만들어 구감이 덜 즐거운데 이 차는 맛이 깊었다.
백차류도 접하기 어려운 차인데 다우 덕택에 당분간 아침에는 백차의 깔끔함을 즐길 수 있겠다.
세 시간을 열심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니 배가 고파온다.
차를 마시며 물배를 아무리 채워도 고픈 배를 달래지는 못하니 차란 여유가 있어야 마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차는 마음을 채우는 묘약이지만 배를 채우는데는 역시 밥만 한 것이 없다.
조졸한 저녁을 대접하고 중국에서 온 다우들과는 아쉬운 이별을 나누었다.
오후 여덟시, 보통은 지금부터 곡차를 나누어야 하지만 셋이 마시기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서울과 진주에서 온 두 다우는 내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다연을 맺어온 분들이다.
처음에는 차 이야기로 통화를 하고 가끔 만났지만 지금은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 다우들과는 이번 만남에서 노반장의 정체를 밝혀보기로로 하였다.
도대체 어떤 노반장차를 진품이라 할 수 있을까를 각자가 소장하고 있는 차로 확인해 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소장한 올해 만든 동경당 노반장차, 서울 다우가 소장한 몇 년된 노반장차, 진주 다우의 '10년 만춘 노반장차가 그것이다.
우선 내가 소장한 동경당 노반장차를 우려 보았다.
이 차는 동경당에서 노반장촌에 직접 가서 현장에서 채엽, 살청, 유념, 쇄청해서 만들어 온 차이므로 진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차맛은 두 사람이 느끼는 것과 내가 느낀 것에서 특별한 차이가 있었다.
흔히 노반장차는 독특한 쓴맛이 강한 차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 차에서 그 쓴맛을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내 입맛에는 쓴맛이 아주 강하게 다가왔다.
차를 입에 머금고 조금 있으면 혀 뿌리와 잇몸 근처로 스며 드는 듯이 쓴맛이 몸서리치게 감지되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차맛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쓴맛에 민감한 나같은 사람과 쓴맛을 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에 의해 차맛을 느끼는 정도가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 다음 차로 '10년 만춘 노반장차도 비슷한 맛의 느낌으로 감지되었지만 서울 다우의 몇년 묵은 노반장차는 그런 쓴맛의 느낌이 달랐다.
어쩌면 쓴맛을 후하게 받아들이는 두 다우보다 나의 입맛이 노반장차의 구분에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에서 가져오지 못한 '06년 운보연 노반장차도 내가 느끼는 쓴맛의 독특한 느낌이 비슷하였다.
다른 시음기에서 노반장차가 특별하게 쓰지 않다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아마도 쓴맛에 후한 분의 입맛인지도 모른다.
밤 10시까지 노반장차 맛과 향에 대한 이런저런 토론을 나누면서 다우들과 함께 차를 음미하는 특별한 찻자리의 재미를 즐겼다.
그들의 귀중한 휴가 기간의 일부를 부산까지 와서 함께 할 수 있는 정을 느끼면서 온라인의 혜택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과 함께 한 중국에서 온 다우들과의 새로운 교유 또한 이 자리에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차란 무엇인가?
소통이며 나눔이고 화합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막힌 마음이 열리고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나눌 수 있으며 만남의 자리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팍팍한 삶에서 차를 마시면서 얻을 수 있는 것,
차는 늘 예기치 못한 감동의 삶을 만들어내는 소재가 된다.
차의 의미는 하나로 열을 만들고 그열은 백을 드러내며 천변만화의 감동이 오갈 수 있음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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