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수건과 비누곽

무설자 2010. 2.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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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깨끗이 씻고나면 누구나 손에 묻은 물기를 수건에 닦습니다. 특히 집에서는 특별한 세제를 써가면서 거품을 충분히 내어 정성을 들여 깨끗하게 씻지요.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깨끗했던 수건에 누렇게 때가 탑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분명히 깨끗이 씻은 손을 닦는데 왜 수건이 그렇게 더러워지는 것일까요?  

 

비누를 담아 쓰는 비누곽을 봅니다. 더러워진 손을 닦기 위한 비누를 담는 그릇인데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지저분해집니다. 손을 닦기 위해 비누를 쓰지만 그 비누곽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 많지요. 지저분한 비누곽에 담긴 비누를 더럽게 여겨서 비누를 만지기 싫어져야 하는 분도 있지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내 집과 우리 동네, 내 몸과 내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참아내기 어려워 그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이 아파하면 좀 참으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지요. 내가 감기에 걸려 훌쩍거리는 것과 다른 이가 큰 병에 걸려서 힘들어 하는 것 중에 어느 편이 더 힘들까요?

 

내 집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바로 쓸고 닦습니다. 우리 동네가 지저분하면 어떻게 합니까? 누군가가 치우겠지 하고 외면하기 쉽지요. 정해진 쓰레기봉투에 담지 않으면 청소차가 수거해가지 않는데 길 한 켠에는  비닐봉투에 담겨진 쓰레기가 군데군데 쌓여있습니다. 잘 묶지도 않아서 쓰레기가 길에 흩어져있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머리를 잘 감고는 잘 만지고 얼굴도 정성들여 씻고 비싼 화장품을 바릅니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가려서 한껏 멋을 부립니다. 입을 옷이 없느니 유행이 지났느니 하고는 새 옷을 살 궁리를 합니다. 그렇지만 내마음은 어떤지 돌아보기는 쉽지않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불평을 해댔고 짜증도 많이 부리지는 않았습니까? 작년보다 얼굴을 찌푸리는 회수가 늘어 신경질장이로 변하지는 않았습니까?  마음을 제대로 돌보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비누를 담아도 비누곽을 청소하지 않으면 더러워집니다. 아무리 깨끗이 손을 씻어도 그 손의 물기를 닦는 수건에는 때가 탑니다. 비누와 손, 비누곽과 수건이 다같이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어질 수 없지요. 지저분한 곽에 담긴 비누와 더러워진 수건에 닦는 손을 생각해보면 비누와 손만을 소중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몸만을 나라고 여기고, 내 집 안만 내 거처라 여기며 나만 편하면 그만 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렇게 나를 다스리지 못하고 살다보니 어느새 그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내가 괴로운 이유가 돌보지 않은 가까이에서부터  내가 사는 동네까지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삶이 힘들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가족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내 주변의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이제 늘 깨끗히 씻은 비누곽에 비누를 담아야겠습니다. 아무리 손을 잘 씻어도 때를 타는 수건을 자주 보아야겠습니다. 우리 동네가 살기 좋으면 내 집도 편안해질 것이니 담배꽁초라도 줏어야겠습니다. 나를 알려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보라고 얘기하기에 내가 곧 나의 이웃이라 생각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면 내가 아플 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이 더 큰 내가 될 수 있는 길이겠지요. 깨달은 이는 우주와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는 그 얘기에서 나 밖에 모르는 저와같은 보통사람은 진리에서 그만큼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봐야하겠지요.

내가 행복하면 다른 이들도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크고 작은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진정한 삶을 알게되는 것일겠지요.

 

 

우리가 믿음으로 따르는 성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행복이라는 개념의 삶과 다른 삶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행복이란 욕심을 채워서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현들이 멀리하는 것을 그 분들에게 엎드려 매달리듯이구하고자 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일 겁니다.

 

성현들은 목이 마른 이에가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신 분들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음료수나 숭늉, 생수를 가려가면서 없는 것을 궂이 찾아먹을 궁리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삶의 행복이란 적게 가지면서 만족할 수 있는 데서 얻어지는 것인데도 하나더 하나더 하면서 더 많이 가지는 것이라 착각하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요? 

 

 

더러워진 수건을 살피면서, 지저분한 비누곽을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제대로 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내 주변에서 생긴 문제들이 나를 힘들게 할 것입니다.   

 

이제 그 춥던 겨울도 끝이 보이고 오늘은 훈훈한 봄바람이 창문을 넘어 들어옵니다. 겨울이 언제 갈까하고 안달하지 않아도 그저 때가 되니 땅 밑에서 새싹이 나오고 마른 마뭇가지에서도 움이 트고 있습니다. 눈이 오지 않았던 곳에서는 눈을 부러워 하고 눈이 많이 온 곳은 진저리를 쳤던 올 겨울이 이렇게 가나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추위가 성盛하면 따뜻함이 그 안에 잦아들기 마련인가 봅니다. 경칩이 눈 앞에 있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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