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차를 삶의 가운데 두니...

무설자 2009. 7. 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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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茶로 나누는 행복 이야기 1

 

 

 

 

 

茶를 삶의 가운데 두니...


바쁩니다.

그냥 바쁩니다.

한참 바쁘게 달음박질치듯 살아가다 멈춰 서서 멍하게 오갈 데를 생각해봅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치닫습니다.

그러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서버립니다.

그러다가 쫓기듯 또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달리다가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 타기처럼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

자전거를 멈추어야 하는 마땅한 꺼리가 없으니 한없이 달릴 요량인가 봅니다.

다들 달리니 그 무리에 이탈되면 큰일인 듯 쉴 새 없이 패달을 밟습니다.


어디로 갑니까?

그 목적지는 다들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그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이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정상을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위만 바라보며 올라갑니다.

정상에 올라서 얻어지는 행복함보다 그 아래에 행복이 더 많다고 생각해봅니다.


산에 들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산길을 걸으며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키 큰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나뭇잎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고맙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결, 맑은 물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시름을 잊게 하지요.


살아가는 그 순간을 놓치고 내가 바라는 결과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내일 또 열심히 할 일이 만들어집니다.


어제같이 오늘을 살고 또 그렇게 내일이 다가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남들처럼 살아갑니다.

온전한 ‘나’만의 삶을 놓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무리지어 앞만 보고 내닫습니다.


차 한 잔을 삶의 가운데 놓습니다.

정신없이 치닫는 시간 가운데 차를 마시며 작은 마디를 만듭니다.

단조로운 리듬처럼 지루한 흐름에 박자를 넣어봅니다.


때로는 길게 짧게, 때로는 짧게 길게 내가 원하는 시간의 박자를 만들어봅니다.

앞에 앉은 사람을 이겨야한다는 급한 마음에는 잠깐 차 한 잔의 긴 박자를 넣어봅니다.

너무 오래 이야기하는 이에게 차 한 잔을 권하며 짧은 박자로 내 이야기를 해 봅니다.


바쁘기만 한 일상에 차 한 잔을 끼워 넣어봅시다.

지루한 삶이 리듬을 타게 됩니다.

급한 마음이 잠시 머무를 여유 앞에서 그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차 한 잔이 주는 그 리듬의 짧고 긴 여운에 행복이 숨어있음을 느끼게 알게 될 것입니다.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앞에 앉은 이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차를 마시게 되면 때로는 여유로움이 바쁜 일상보다 더 가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차 한 잔, 이 한 마디에 삶은 내가 원하는 리듬을 타며 행복이 일상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바쁘다고만 하지 말고 차 한 잔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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