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차시음기 081217
'99이무교목노수병, '03은호병, '05타랑호
차를 마시기 시작한지 4년 여, 녹차를 마신지는 85년부터이니까 20년이 넘었지만
중국차는 아직 풋나기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직 차맛을 이야기한다는 건 객관성이 완전히 결여된 아주 서툰 혼자말입니다.
늦게 시작한 차생활이지만 멘토를 잘 만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않고
차를 알아가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지요.
이 시음기도 평소에 즐겨 마시는 숙차가 아니라 멘토 중의 한 분이 보내온 생차로 숙제를 쓰는 것입니다.
20년 진기의 노차보다도 10년 묵은 숙차를 오히려 좋아하는 제가 생차를 시음해서
그 느낌을 적어 보는 건 그냥 답안이 아닌 제식의 리포트를 쓰는 것입니다.
세 종류의 생차, 99년 이무교목 노수병과 03년 은호병, 05년 타랑호입니다.
이렇게 세 종류의 차를 한번에 묶어서 시음기를 쓰는 건
아직 차맛을 제대로 분별 못하는 초보가 6년 세월 차를 가진 생차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보기 위함입니다.
물론 모든 여건이 다른 차를 하나의 틀에 넣어 제 입맛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순 억지가 될 가능성이 높지요
이제 세 가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볼까요?
이 차들을 담아줄 자사호를 소개합니다.
꼬마부터 잘 빠진 모습이 어떻습니까?
혼자 마실 때 쓰는 꼬마 자사호, 생차 전용의 자사호...그리고 이번에 입주한 오건명 작가의 용단호입니다.
일번은 05 타랑호입니다.
마른 잎에서는 얼굴이 하얀 귀공자가 연상됩니다.
일단 차호와 차의 기념 촬영입니다
좀 더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서 아내와 딸래미를 동참시켰습니다.
늦은 밤에 차를 마시면 중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아내를 위해 미니 잔을 하나 준비합니다.
열번을 뽑았지만 탕색은 거의 이 상태입니다.
흔히 진기가 오래지 않은 생차는 쓰고 떫어서 그냥 마실 수 없다는데
이 차는 아주 독특한 향이 깔리면서 목넘김이 너무 좋습니다.
무겁게 입 안에 담기는 차탕은 더 익어갈 세월을 기대하게 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아주 조금씩 제 색을 바꾸어가나 봅니다.
두번 째 차는 03년 은호병입니다.
이 차를 보니 말을 아주 재밌게 할 재간둥이 같은 느낌이 옵니다.
제가 가진 자사호 중의 수작(?) 용단호에 담아내 봅니다.
황금을 물에 우리면 이렇게 색을 내 줄까요?
맑고 고운 탕색에 맛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생차에 익숙하지 못한 제게는 담백한 맛을 바탕으로 우유를 따르고 난 뒤 잔에 남는 향이 느껴집니다.
기념촬영을 한번 해 봅니다.
엽저는 어떻습니까?
잘 익어가는 것 같지요?
타랑호보다는 조금 더 큰 잎입니다.
마지막으로 99년 이무교목 노수병입니다.
무언가 복잡한 사연이 있어 고뇌하는 젊은 이 같은 느낌인데요.
호가 작아서 2g만 호에 넣습니다.
99년 생으로 보기에는 아직 탕색이 10년 진기를 느낄 수 없네요.
앞의 두 차에 비해서 기분 좋은 쓴 맛이 입 안에 꽉 차 오릅니다.
역시 건강하게 익어가는 엽저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유리 숙우에 가득 차를 우려 담아 봅니다.
투명한 탕색이 아주 정성스럽게 차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네요.
좋은 차의 조건 중의 하나가 맑은 탕색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네 시간 걸린 시음 시간 후에 엽저를 모아 기념 촬영을 해 봅니다.
그런데 05년에서 99년까지 6년여 세월 차를 가진 차의 엽저가 거의 같은 색을 보입니다.
탕색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앞선 답은 아직 무설자가 생차의 맛을 구별할 수 있는 미각이 모자란다는 것이라서
구태여 구분해 보려는 의지가 모자란 것이지요. ㅎㅎㅎ
리고는 사진으로 볼 때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보이차의 매력은 이렇게 보관되어 온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너무 건조한 환경에서는 차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광동이나 홍콩, 대만처럼 습한 곳에서 차가 많이 보관되는 것이 빨리 익히기 위해서 그렇겠지요.
아마 이 차들이 그 지역에 있었다면 99년 차라면 아주 입맛이 도는 탕색을 보여 줄 겁니다.
아마 이 차들은 아주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되었나 봅니다.
이 차들을 마시면서 생차가 쓰고 떫다는 느낌을 별로 가질 수 없었습니다.
밀식 재배인 관목차가 야생 환경의 교목차에 비해서 쓰고 떫은 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차를 잘 아는 분의 말씀이 밀식해서 자라면서 차잎을 많이 따내는 관목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합니다.
그 스트레스는 차의 쓰고 떫은 맛으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 세 종류의 차에서 쓴맛과 떫은 맛을 많이 느낄 수 없다면
아주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잎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보면 될까요?
05 타랑호의 묘한 향, 03 은호병의 우유맛과 같은 부드러운 향,
99 이무교목노수병의 기분좋은 쓴맛이라는 차이를 보이지만
하나같이 쓰고 떫은 맛을 별로 느낄 수 없는 편한 차라는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이 세 종류의 차를 보내주신 멘토께서는 제게 어떤 답을 기대하셨을까요?
그 분의 이력으로 볼 때
생차의 기본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는 답을 조심스럽게 내려봅니다.
이상, 숙제 끝~~~~~~~~~~~~~~~~^^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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