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07 운보연 보산 고수차 시음기

무설자 2010. 2. 2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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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을 마십니다.

차라는 말에 담긴 의미, 그 자체가 마시기 전에 벌써 교감이 느껴집니다.

“차 한 잔 하실까요?”라고 누가 말을 건넨다면 차만 마시자는 것이 아니라 차를 통해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얘기가 전제되어있다고 봐야겠지요.


이제 이차 한잔을 마셔봅니다.

운남보이차연구소에서 카페 오픈기념이벤트로 차나무 수령 알아 맞추기 공모에서 근사치에 간 덕에 그 나무들 중에서 만든 차잎으로 만든 차를 받게 되었습니다. 몇 백 년 인지 모르지만 사진 중에서 제가 선택한 나무로 만들어서 보낸 차입니다.


바로 이 나무가 제게 보낸 차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나무 둥치 밑부분에 이끼가 낀 것을 보니 나이는 대단할 것 같은 차나무입니다. 400년? 500년?.... 저를 위해 만든 보이병차, 괜히 보내주신 분께 송구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차의 사진은 차연구소에 올린 사진을 퍼서 옮깁니다. 익명게시판이라 누군가 모르겠군요. 아마 같이 당첨된 두 분 중의 한분일 것입니다. 제 사진 실력이 시원찮아 사진을 잘못 찍으면 차 이미지가 손상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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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붉게 나왔습니다. 실제는 검녹색이 도는 쇄청차의 진면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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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가 너무 정겹습니다.

 

 

 

자 이제 시음한 내용을 얘기해 볼까합니다. 저는 아직 차에 대한 소견이 얕아서 제가 차를 배우는 선배님을 모셔서 같이 마셨습니다. 선배님은 숙차는 전혀 마시지 않고 생차만 10년 이상을 마신 분이라 그 평가가 객관적일 것이라 모셨습니다.


우선 차를 싼 포장지를 열자말자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그 놈 참 인물 잘 생겼다”

인물이요? 선배님의 보이차 강의가 시작됩니다.

“차의 외모를 볼 때 긴압된 상태가 차 잎 하나하나가 살아 있을수록 인물이 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생차를 같이 비교해보니 살청과 유념, 쇄청 과정을 거쳐 긴압을 한 뒤의 모습이 한 잎 한 잎이 제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색깔도 검은색이 전체적으로 도는 것이 쇄청모차를 썼음을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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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잎 하나하나가 살아 있음을 봅니다

 

잎도 전체적으로 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잎마다 솜털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야생고수차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라고 하시는군요. 잘 생긴 놈을 과감하게 칼을 넣어 뚝 잘랐습니다. 절반은 선배님이 소장하시겠다는군요. 이렇게 잘 생긴 놈은 처음 보신다면서...


이제 잎을 차호에 넣습니다. 차호는 사무실에서 그냥 쓰는 녀석입니다. 이 귀한 차는 차호도 작가가 만든 명품을 써야하는데 아직 생활차 수준이라 격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세차를 하고 다시 물을 붓습니다. 유리다관에 담긴 찻물의 탕색이 연한 연두색이 너무 예쁩니다.


입안에 머금은 맛,

북도팀의 자운오색님이 말한 그 충족한 고삽미란 이런 맛일까요? 선배님도 제가 이런 표현을 쓰자 웃습니다. 기분 좋은 고미에 아주 살짝 받치는 삽미입니다. 머금은 찻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입안에는 향이 돌아 나옵니다. 회감? 회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지만 너무 기분이 좋은 맛과 향이 입안에서 코를 통해 돌아서 나옵니다.


열 번을 넘어도 그 맛은 향기롭습니다. 마침 다른 생차가 있어 같이 시음을 해 보았는데 그 차도 잘 만든 것이라 하는데도 여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엽저의 모습도 아직 살아있는 듯 하지만 하나하나가 연두색이 도는 예쁜 모습입니다.


시음기를 쓰려면 이제 사진 찍는 기술부터 익혀야겠습니다. 선배님이 이어서 이어서 격찬을 하는데 차를 평하는데 다소 인색한 분이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것은 보기 어렵습니다. 선배님은 이 차를 다른 생차를 평하는 기준으로 삼아야겠다고 하십니다.


다만,

연미가 느껴진다고 하시는군요. 아마 살청 때 다소 온도가 높아서 차솥에 직접 닿은 잎들이 그런 맛을 내는 모양입니다. 저는 못 느끼겠는데 유난히 연미에 민감해서 그렇다고 하시는군요. 옥에 티가 없으면 또 매력이 떨어지지요.


반을 선배님이 가지고 남은 반쪽을 두고두고 차를 익혀가는 기준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이번 다회에 가져가서 다른 분의 의견도 들어 봐야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면서 몇 번이고 귀한 차를 얻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십니다. 늘 선배님께 받기만 했는데 저도 이렇게 드릴 것이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바람의 꿈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차를 기대하면서 서툰 시음기를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