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차 시음기
운남의 봄 향기를 맡다
-'09 대평보이 명전(고수)차-
차인들에게 봄은 특별합니다
햇차로 만드는 차, 녹차의 풋풋한 맛에 입맛을 다시는 때이기에 차를 만드는 소식을 기다립니다
올해는 차잎이 나오는 때에 우리나라에서도 운남에서도 가뭄이었기에 명전은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이름은 명전..
요즘은 시절이 하수상하여 명전, 명후, 우전으로 나누는 제다시기가 맞지 않나봅니다
그래서 아예 첫물차, 두물차...로 차잎을 따는 순서로 차를 구분하더군요
그런데 보이생차를 명전차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도 아주 특이합니다
보이차를 생차로 마신다는 것을 아예 생각치 못하는 분들이 아마 대다수일 겁니다
藏生茶라고 하여 생차는 오래-한 20년 이상 익혀야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 상식을 깨뜨린 지가 오래되지 않습니다
바로 古樹茶 잎으로 만든 보이차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표현하면 밭차라고 부르는 관목차가 아닌 오래된 교목차잎으로 만든 차이지요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자란, 재배형이지만 몇백 년을 먹은 古樹에서 딴 잎으로 만든 차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차나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야생교목차라는 표기가 된 보이차를 마셔보아도 바로 먹을 수 있는 차가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마셔보아야 알게되고 그 차를 만든 사람을 통해 제대로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마셔볼 대평고수(보이)차는 정말 햇차를 마실 수 있을까요?
또 정말 맛이나 향이 괜찮을까요?
우선 이 차를 우려서 감탄을 하며 제가 모신 불전에, 제가 존경하는 법정 스님 사진 앞에 올렸습니다
甘露茶를 올립니다
저 먼 중국 운남에서 온 향기로운 차를 올립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차를 즐겁게 우려 올립니다
만든 이의 소박함이 느껴지는 병차의 포장입니다
차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좀 더 품위와 격조가 드러나는 디자인이길 바랍니다
노산 선생님의 디자인을 내년에는 담을 수 있겠지요
병면입니다
250g 소병인데 석모로 눌러서 차병이 토실토실합니다
엽이 건드리면 튀어나올 것 같지요?
한잎 한잎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지요?
그런데 뜯어보면 속은 단단합니다
겉은 뜯어서 우리고 속은 세월 속에 묻어두면 될런지....^^
배꼽이 있는 뒷면을 떼어서 가능한 오래 예쁜 얼굴을 유지 시키려 했습니다
양은 약...3g 정도입니다
저울에 다는 건 차 마시는 분위기를 흐트릴까봐서....
첫 탕은 세차하여 버리고 두, 세탕을 같이 담았습니다
탕색이 마음에 드십니까?
황금빛이라고 할까요?
우선 불전에 공양할 잔에 담았습니다
한 떨기 난꽃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이 잔은 제 누님 다우님이 선물 하신 잔입니다
하이얀~~값 나가는 잔은 아니지만 늘 제게 나누는 마음을 가르쳐 주시는 증표입니다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부었습니다
어떤 향? 어떤 맛이었을까요?
고수차라면 탕 수가 최소 30탕은 넘게 나오기에 끝까지 가보아야 어떤 맛, 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탕색에 숨어있는 맛, 향
입 안에 가득 담기는 탕의 무게감, 아주 미세한 성분들이 모여 모여 물에 풀려 있는 그런 맛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 고차수의 뿌리들이 땅 속 깊이 깊이에서 미네랄을 뽑아 올려 잎에 담아놓은 것이 뜨거운 물에 우러난..
그럼 이 향긋한 차내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운남의 구름, 이슬, 바람이 만들었나요?
코 끝에 닿기 전에 입 안에서 그 향이 코로 넘어옵니다
30탕을 넘어서니 맛도 향도 한 줄기 쓴 맛으로 바뀝니다
기분 좋은 쓴 맛...
이 깔끔한 쓴 맛이 내일 다시 이 차를 마시게 하나봅니다
마른 잎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잎 속에 담긴 맛과 향이 끊임없이 나오게하는 이 조화...
농사꾼, 운남의 땅, 바람, 비...와 수백년을 함께 해 온 차나무를 찾아 내 손에 오도록 한 대평이라는 분,
제 마음의 차향을 담아 한 잔 올립니다
법정 스님은 대평보이 명전 차처럼 괜찮은 차를 마셔 보셨을까요?
우리 차농들을 걱정해서 우리 차만 마실까요?
마음의 스승이신 법정 스님, 신문에서 스크랩한 사진이지만 늘 차 한 잔 올리며 합장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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