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211011
보이차를 마시며 남는 것은?
'무엇을 남기고 사느냐?'
건축사라는 창작이라는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저에게는 이 명제가 참 중요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 필요한 돈을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결과물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남기기 위한 삶이나 재물을 남기기 위해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이겠지만
이름과 재물은 허상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백년 이상 거론되는 이름은 몇이나 되며 재물은 어떠합니까?
사람들의 입에서 아름답게 거론되는 이름과 재물은 또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지만 누구나 관심을 두는 것은 역시 이름과 재물입니다.
이름 석자를 바위에 새기기도 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재물을 쌓아가지만
그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허물어지고 맙니다.
만약 나(부처님)를 형상으로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사도邪道를 행하는 것이니
능히 부처를 볼 수 없느니라
금강경에 있는 구절입니다.
세상이 점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쪽으로 가지만
결론은 허망함으로 끝나고 맙니다.
보이는 것은 모두 시간과 함께 변해가니 정해진 모습이 없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보이지도 않으며 들리지도 않는 속에서 얻어지는 진실은 지금 느끼는 그것 뿐입니다.
차 한잔에도 지금 마시는 느낌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제대로 차맛을 즐길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최상의 차맛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결론은 지금 마시는 맛에 집중해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지금'이 쌓여서 언젠가 '이 맛'이라고 손뼉을 칠 때 만족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남을 것입니다.
방 한가득 쌓여있는 차가 부족하다며 더 많이 구해서 무엇을 남기려 하십니까?
지금 마시는 그 차에서 무엇인가 느끼는 그것이 남는 것이라 생각해봅시다.
지금 운남, 그 멀리서 몇 번 우릴 수 있는 양으로 보내준 귀한 차를 마시며 다우를 떠 올려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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