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2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

마음대로가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박완서 산문집 '두부'/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마음대로가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 -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2019.12.12 김 정 관 -박완서 산문집 「두부」 나는 언제부턴지 모르게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창작된 이야기는 흥미롭게 몰입되다가도 작가의 의도와 부딪히게 되면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박완서 선생의 소설도 읽은 적이 없었는데 단편 ‘마른 꽃’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당신의 책을 찾게 되었다. ‘마른 꽃’은 환갑이 지난 여자의 연애담을 내용으로 한 단편인데 다 읽고 나서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얼마나 사실적으로 와 닿았는지 놀라웠다. 시대적인 정서에는 반하지만 꽃으로 비유된 여자가 나이가 든 자신의 나신裸身을 보게 되면서 좌절하는 대목에 탄복하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늙지 않는 마음과 예순 해를 넘긴 몸, 연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