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5

건축주와 건축사, 주군과 책사?

집을 지어 파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을 짓게 될 것이다. 처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지만 마지막은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된다.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를 겪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집 짓기는 그게 허용될 수 없으니 매 단계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집 짓기의 첫 단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당연히 집 지을 터가 있어야 하니 토지를 매입하는 게 우선이라 할 것이다. 집터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집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흔들 정도이다. 집터가 준비되면 그다음 단계는 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는 건축사가 맡게 되는데 그 일은 집터를 구하는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현명한 건축주라면 건축사가 필요한 시기가 집터를..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1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김 정 관 벌써 십년 전의 일이다. 남쪽 도시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땅에 단독주택을 의뢰 받아서 설계를 하게 되었다. 건축주의 처삼촌이 되는 분의 소개로 그를 처음 만나 인사를 주고받았다. 건축주를 처음 만나게 되면 으레 그렇듯 그동안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지게 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단독주택은 흔하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매년 한두 건씩 그동안 열 건 이상을 하다 보니 할 얘기는 많았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나이를 물었다. 건축주의 나이가 나보다 한 살이 적었는데 호형호제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일을 수주하러 온 나에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란 말인가? 그렇게 제안했던 건 ..

심한재, 준공에 부쳐-'우리집'을 지키는 처마가 나온 경사지붕 /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7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7 心閑齋, 준공에 부쳐 -‘우리집’을 지키는 처마가 나온 경사지붕 우리 식구가 살 집을 단독주택으로 지어서 살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꿈도 못꾸냐며 책도 보고 인터넷으로 집을 살피며 수많은 집을 구상하는 사람도 많다. 이루지 못할 꿈은 허망하므로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집’을 꿈꾸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집만이 가지는 일상을 누리면서 산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단독주택을 지어 ‘우리집’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여유 있는 집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써 모은 돈으로 우리집을 짓는다. 집을 짓기 위해 준비한 자금은 그야말로 천금..

애인 같은 집, 배우자 같은 집-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3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3 애인 같은 집, 배우자 같은 집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단독주택을 애인과 배우자에 비유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연애 상대로 사귀는 애인과 평생을 한 집에서 사는 배우자는 분명 그 선택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과 연애만 하겠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성향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인은 아무래도 속마음보다 겉모습에 치중해서 찾게 될 것이다. 연인 관계가 시작될 때야 매일이다시피 만난다고 하지만 잠깐 시간을 같이 할 뿐이니 깊은 속내를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내 애인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며 남에게 자랑할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배우자의 선택은 분명 애인과는 달라야 한다. 연인 시절에는 한시라도 떨어지면 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