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석경헌 7

단독주택-晳涇帥軒석경수헌, 건축주께서는 백 점이라네요

晳涇帥軒석경수헌, 작년 12월 17일에 기공식을 했으니 벌써 반년이 지났다. 평지에 집만 지었으면 길어도 3 개월이면 마쳤을 것이다. 도로에서 5 미터 정도 높은 곳에 있는 밭을 집터로 삼았으니 마당이 접한 주변 정리에 공사기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설계도 그렇지만 집을 짓는 과정에 건축주가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내가 살 집이니 설계부터 집이 완공되어 입주할 때까지 빠진 게 없도록 살펴야 한다. 내가 살 집을 지어서 살 수 있다는 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석경수헌은 건축주께서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나와서 공사를 맡은 분과 대화를 하고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애를 쓰셨다. 연세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노심초사 현장을 돌보고 일이 없는 날에도 혼자..

단독주택 석경수헌 -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지어 행복이 담기는 집

-수납공간과 비어 있는 방에 행복이 숨어있는데 지금은 쓰임새가 불편해도 모양새만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디자인 만능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이 한번 지으면 평생 살아야 하는 우리집을 짓는 데도 통할 수 있을까? 톡톡 튀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추어 패셔너블한 외관을 자랑하는 집이 잡지나 인터넷 포털로 소개된다.       정보검색을 통해 최근 지어지는 집을 보노라면 레고 같은 육면체나 삼각지붕으로 된 박스풍이 유행하고 있다. 집의 지붕을 삼각으로 처마 없이 얹으면 지붕에 쏟아지는 비는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벽을 적시는 비는 창문으로 흘러들어 누수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그뿐이 아니라 북측 벽은 햇볕이 들지 않아 잘 마르지 않는다. 따라서 장마철에는 곰팡이로 벽면이 오염되는 건 물론이고 나..

이 시대의 한옥, 晳涇帥軒석경수헌 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석경수헌의 집터는 그림 같은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향으로 열려 있다. 서른 평 규모로 짓는 집에 300 평이 넘는 적지 않은 대지 면적이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도로에서 4미터 정도 높이에 평지가 조성되어 있어 올라오는 경로를 결정하는데 난관을 거쳐야 했다.  300 평의 대지에 서른 평으로 짓는 집, 대지는 넓고 집을 너무 작게 짓는 건 아닐까? 큰 집은 필요치 않다고 하면서 너무 넓은 대지를 구한 건 아닐까? 집을 서른 평으로 지으면 너무 좁은 게 아닐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대지를 찾아보면 마음에 꼭 드는 땅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집터를 구하는데 어떤 분은 십 년이 걸렸다고 하고 그나마 빨리 구했다고 하면 사오 년이다. 소위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에 내 집을 짓는 건..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2 – 손님과 주인이 다 '우리집'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2 – 손님과 주인이 다 '우리집'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집의 규모를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가장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서른 평? 마흔 평? 단층으로 지을까? 이층으로 지을까? 판단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집터를 구하는 데도 집의 규모를 정해야만 대지면적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집을 쓰는 사람은 부부로 한정되는 추세이다. 삼대三代가 한집에서 사는 대가족제도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 더구나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연령대를 보면 은퇴 후가 많으므로 아이들은 출가를 했거나 부모로부터 독립한 뒤이기 때문이다. 부부만 살게 되는 단독주택은 그 규모를 크게 잡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석경수헌의 건축주도 처음에는 스물다섯 평 내외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설계 과정에서..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300 평이 넘는 땅을 구했지만 집은 스무 평 남짓으로 소박하게 지어서 살겠다는 게 건축주의 뜻이었다. 우리 조상님들도 너무 큰 집에서 살면 그 기운에 사람이 눌린다고 하셨다. 처칠은 사람이 집을 짓지만 나중에는 그 집이 사람을 바꾸어간다고 했으니 집은 규모나 모양새보다 어떤 삶을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삼대가 한 집에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건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대가족 가정이 이제 핵가족을 지나 일인 세대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건축주는 ‘우리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는 명제를 들고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