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나는 부처다

거사와 처사

무설자 2005. 9.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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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보면 거사'재가신자 중 남자를 뜻하는 우바이와 성격이 비슷하다. 집주인 또는 집에 있는 남자를 뜻하는 산스크리트 그라파티(grha-pati)에서 유래하였다. 재산이 많은 자산가를 의미하여 경전에는 장자(長者)라는 표현으로 많이 등장한다. 불교에 수용된 이후에는 불교에 귀의한 재가신도 중 남자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쓰였다. 중국이나 한국 등 동양권에서는 유교에서 유래한 처사(處士)와 혼동되어 쓰였다.'라고 나와 있다.

거사는 불교적 용어이고 처사는 유교나 도가에서 쓰는 용어이다. 그런데 절집에서 거사라는 용어보다는 처사라고 많이 불려지고 있다. 왜일까?

필자가 뒷얘기로 들었던 바는 거사보다는 처사가 낮추어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김거사라고 부르는 것보다 김처사라고 부르는 것이 부르는 이가 불리우는 사람을 낮추어 보는 것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스님들이 처사라고 부른다면 불리우는 당사자인 신도를 낮추어 보는 것이 된다.

거사가 불교적 용어라면 더구나 가려서 불러야 할 것이다. 처사는 유교나 도가에서 쓰이는 것인데 혼용해서 부르는 것이고 거사는 불교적 용어이므로 되도록 그렇게 불러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들 간에 '김선생 이선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선생이란 부르는 이가 불리우는 이를 낮춰 부르는 용어이다. 아래 교수가 윗교수를 부르르 때는 '김교수님 이교수님'이라고 하지 '김 선생님 이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란 제자가 스승을 극존칭으로 부를 때 쓰이는 용어인데 이를 낮춰서 부르는 선생이라는 용어는 듣는 입장에서 별로 듣기 좋을 리가 없다.

교수는 직책이므로 당연히 서로가 '김교수, 이교수님'하고 불러 주어야 하는데 굳이 아랫사람은 교수님이라 하고 윗사람은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필자가 듣기에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르는 사람이 용어를 가려쓰는 것은 불리우는 사람이 듣기가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듣는 이가 불리우는 호칭이 듣기 싫다면 부르는 사람이 보기 좋을 리가 없다. 처사라 부르든 선생이라 부르든 듣는 이가 아무른 느낌이 없다 하더라도 부르는 이는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용어를 가려 써야 할 것이다.

거사와 처사가 그런 구분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하더라도 불가에서 고유하게 쓸 수 있는 거사라는 용어를 마다하고 하필 처사라고 부를 필요가 있겠는가? 절에 다닌 지가 30년이 넘었지만 스님들이 나를 거사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처사라고 부르는 예가 더 많으니 거사보다는 처사가 더 괜찮은 용어로 굳어져 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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