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하루

무설자 2005. 8. 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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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해가 났다.

점심 무렵에는 꾸물꾸물 흐리다가 저녁이 되니 비가 내린다.

일본 근처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그 멀리에서 태풍이 온다고 여기에 비가 내린다.


여름이 다 가는데도 모기는 갈 줄 모른다.

내 주변을 빙빙 도는 모기, 내가 박수를 몇 번 치면 그 놈은 목숨을 잃는다.

그럼에도 모기는 내 피를 빨아야 살고 나는 그 놈을 죽여야 한다.


아침에 먹었던 게 체한 것 같다.

갈비뼈 밑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호흡할 때 마다 불편하다.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고는 점심때가 되었다고 밥을 먹는다. 저녁에는 한결 낫다.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는데 그는 가끔 안부를 묻는다.

전화를 받으면 반갑고 고마운데 나는 다른 이를 기쁘게 하는 이 일을 하지 못한다.


월급날이 다 되어간다.

월급을 받던 시절에는 그렇게 오지 않던 그 날이었다.

주는 보람은 받는 즐거움에 비길 바가 아닌데 지금은 큰 고통이다.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삶의 문제들,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기도 하지만 무심하게 지나가니 야속하기만하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나처럼 세상도 나를 속이며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