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다연회

다연회 2025년 유월 다회 후기-장마철에도 다회는 빠질 수 없지요- 십 년 이하 생차는?

무설자 2025. 6. 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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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를 운영하는 처지에서 다우들의 참여 열정은 찻자리를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에피소드인커피 다실의 정원은 8명인데 반만 참석하는 달도 있지요. 사실 다담을 나누면서 내실 있게 마시려면 다섯 명으로 가지는 찻자리가 좋더군요. 그렇지만 이번 유월 다회처럼 정원을 초과해서 다실이 넘치면 신이 납니다.

 

산수유님과 대명님이 참석했으면 오랜만에 유마의 방이 될 뻔했습니다. 유마의 방이 뭐냐고요? 유마경이라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유마거사가 병이 나서 지혜 제일 보살인 문수보살이 한 무리를 이끌고 병문안을 오게 됩니다. 그런데 유마거사의 방이 그렇게 넓지 않은데 수백 명이 들어가게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는 유마경의 가르침을 들어야 알 수 있답니다. ㅎㅎ

 

 

유월다회에는 새 다우 두 분이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한 분만 함께 했습니다. 새 다우님의 참석을 환영합니다. 유월 다회에도 다식을 준비해 온 다우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실이 넘치게 자리를 가득 채운만큼 유월 다회도 즐거운 자리가 되겠지요?

 

 

유월 다회 주제는 생차인데 진기 10년 이하의 차를 마시며 다담을 나누어봅니다. 숙차가 나오기 전에는 보이차라는 이름만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왜 숙차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숙차가 개발된 1973년 무렵은 보이차는 대지차가 주류였지요. 1966년에 시작된 중국 문화혁명은 보이차에도 영향이 미쳐서 오래된 차나무를 베어내고 관목형 밀식재배 대지차를 심어 차를 만들었습니다.

 

대지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든 보이차(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마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쓰고 떫은맛을 줄여 바로 마실 수 있는 차로 개발된 보이차가 숙차지요. 숙차가 나오게 되면서 기존의 보이차는 생차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숙차는 저렴하면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어서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 선호하는 보이차가 되었지요.

 

생차라는 억지 이름을 써야 했던 전통 보이차는 2010년 경에 고수차가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다시 보이차의 르네상스를 맞게 되었습니다. 보이차는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고수차가 나오면서 깨뜨려지게 되었지요. 고수차는 생차의 맛이 쓰고 떫어서 묵혀서 마셔야 한다는 그동안의 이식을 무너뜨렸습니다.

 

 

유월 다회에서는 10년 이내, 칠월 다회에서는 20년 이내의 생차를 마시고 8월 다회에서는 20년 이상된 노차급 생차로 세월과 함께 변화되어 가는 향미를 살펴 불까 합니다. 유월 다회 찻자리에 준비된 생차는 대지병배차로 2018년 대익 갑급타차, 2024년 노반장 소수차와 2017년 불향차창 노반장 차, 진미호 포랑산 차입니다.

 

2018년 산 대익 갑급타차는 대지병배차이지만 갑급모료와 7년이 지난 세월로 고삽미가 부담스럽지 않은 맛으로 마실 만했습니다. 2024년 소수차 노반장은 적당한 맛의 고미로 햇생차를 즐기는데 크게 부담이 없었고 2017년 불향차창 노반장은 고수차라 할 수는 없겠지만 쓴맛 뒤에 따라오는 단맛이 좋게 다가왔습니다. 진미호 포랑산은 맹해 차구의 패기를, 임창차구 백차당차는 편안한 향미를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차 생차를 대하는 용어로 오운산의 캐치프레이즈인 ‘當年好茶 經年新茶’에서 올해 만든 차도 좋은 차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향미를 즐겼습니다. 보이차를 묵혀서 마시는 차라는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생차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칠월 다회에서는 진기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생차를 마실 예정인데 ‘經年新茶’라는 말처럼 20년 정도 지난 생차가 새로운 향미를 즐길 수 있다는데 동의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녹차, 청차, 홍차는 햇차 위주로 마시면서 찻값을 치르는 만큼 더 좋은 향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차 생차는 꼭 그렇지 않아서 개인의 취향과 입맛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新年好茶’라는 말처럼 마셔보고 내 입에 맞는 차를 선택해야 하지요. 생차는 개인마다 호불호를 달리해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차는 제다과정이 다른 차류에 비해 단순하지요. 살청과 유념을 한 번 하고 햇볕에 말리면 보이차의 원재료인 쇄청모차가 됩니다. 쇄청모차를 긴압하면 보이차 생차가 되는데 이 이후에는 보관 환경과 시간으로 완성도를 더해 가게 되지요. 이렇게 단조로운 과정에는 사람이 부리는 기술보다 어떤 찻잎을 쓰고 어떻게 보관하는가에 따라 보이차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보이차는 꾸준하게 마시면서 차의 향미를 받아들이는 구감을 익혀나가고, 찻잎의 종류와 보관 여건의 변화를 가려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이차는 후발효라는 특성이 있어서 무조건 오래되면 가치가 오르는 걸로 알고 가성비만 보고 사재는 건 곤란하지요. 와인이나 위스키의 예를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원 재료이고 그다음은 숙성 여건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월 다회에 함께 마신 생차가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게 했을지 가로젓게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혹시 내 입에는 맞는 차가 없다고 했을 다우가 있었다면 칠월 다회를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래 생차는 모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도 좋기 때문입니다. 한번 덖고 비벼서 햇볕에 말려 만드는 쇄청모차로 만드는 생차는 시간이 모자라는 향미를 채워주는 차랍니다.

 

칠월 다회에서 마셔볼 차들은 십 년 이상 이십 년 미만의 생차로 대지차와 고수차가 시간의 변화에 의해 향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음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차를 음미할 때는 차분한 분위기가 좋은데 다연회는 多宴會 분위기라서 즐거운 건 좋지만 심도 있는 시음이 좀 거시기하네요. ㅎㅎ 칠월 다회는 무게를 좀 잡아 보는 찻자리로 만납시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