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다연회

다연회 2025년 오월 다회 후기-숙차의 조상, 70년대 숙차는 어떤 향미였을까?

무설자 2025. 5. 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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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봄꽃이 다지고 없으니 봄날은 다 가는 것 같습니다. 가는 봄날을 붙들려고 하는 것보다 여름꽃이 봉오리를 만들고 있으니 여름 맞이 준비를 해야겠네요. 다연회 만춘 찻자리는 열 명이 참석하면 만석인데 백룡님이 가족 나들이로 빠져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만춘 찻자리도 다식은 그득해서 다우들의 정이 넘쳤습니다. 물론 다식이 조금 적어도 다정이 넘치는 다연회 찻자리지만 맛있는 다식은 늘 기대하게 됩니다. 마들렌, 떡, 땅콩빵도 맛났지만 5월 다회의 손 꼽는 맛다식은 쑥떡이었지요? 다회에 오는 시간에 맞춰 주문해서 방앗간에서 금방 만든 말랑말랑한 쑥떡이 참 맛있었습니다.   

 

   

오월 다회의 주제는 ‘오래된 숙차와 프리미엄 숙차는 어떤 향미를 맛볼 수 있는가?’입니다. 숙차는 생차와 달리 오래된 차라고 해서 노차로 높여 평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어차피 숙차가 나오게 된 연유를 살펴보면 그렇습니다. 오월의 숙차는 정체불명의 70년대 숙차, 90년대 중차패 숙전차와 프리미엄급 숙차인 대평 연년익수로 준비했습니다.     

 

 

다식과 김밥을 먹으면서 7572와 고수숙차를 냈지만 음료수처럼 마십니다. 숙차는 편하게 마시는 발효차로 향미를 따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럿이 대화하면서 마실 수 있는 차로 숙차만 한 게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맛난 다식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오늘의 주제에 맞춰 숙차를 마셔봅니다.    

 

90년대 숙전차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독특한 향미가 좋다고도 하고 목에 걸려서 마시는 게 힘들다고도 합니다. 70년대 숙차, 이 차가 그렇게 오래되었는지는 차를 준비한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70년대 숙차가 맞으면 1973년에 숙차가 개발되었으니 숙차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차를 마시고는 다들 긍정적인 시음 평을 하니 마실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프리미엄급 숙차라서 가격이 만만찮은 대평 연년익수를 마셨습니다. 다우들의 시음 평은 ‘역시’라는 반응입니다. 숙차는 생차에 비해 평판이 낮게 내려질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숙차는 향미를 따져 마시는 분위기가 되지는 않지만 손님을 대접하는 차라면 프리미엄 숙차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숙차를 마무리하면서 90년대 노차를 준비했습니다. 이 차는 아직 생차의 녹색이 살아 있어 잘 보관된 보기 드문 90년대 노차입니다. 숙차와 노차의 차이를 구태여 말해보자면 차를 입에 머금고 나면 단침이 나오는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90년대 차는 거의 대지차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잘 보관된 30년의 세월이 후발효의 특성을 음미하게 합니다.     

 

4월과 5월 다회에서 숙차를 마시며 다담을 나누었습니다. 숙차는 현대 보이차로 전통 보이차인 생차와 함께 차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악퇴 발효를 통해 대엽종 찻잎의 쓰고 떫은맛을 완화시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차가 숙차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차가 숙차입니다. 프리미엄 숙차는 특별한 손님에게 내어도 좋은 격조를 가집니다. 숙차는 오래 묵혀서 더 좋은 차로 마시는 차가 아닌 5년 정도면 최고의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유월 다회부터 생차를 주제로 다담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생차는 공부해야 할 주제가 여러 갈래입니다. 대지차와 고수차, 산지별 차의 특징, 춘차와 곡화차, 첫물차의 가치 등 심도를 더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노반장, 빙도노채, 노차도 마시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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