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회 2024년 유월 다회 후기
60년대 흑차 마셔보셨는지요?
아니 벌써... 여름이 되었네요. 새해라고 들뜬 시간을 가졌던 때가 엊그제인데 반년이 지나는 유월입니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삶을 즐길 줄 아는 건지도 모릅니다. 덥다고, 땀난다고 투덜대지 않고 오는 계절을 기꺼이 받아들이니까요.
우리 다회가 열리는 날이 빨리 오지 않는다고 손꼽아 기다리는 다우도 그런 분입니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내일도 기대할 게 없는데 다연회 다회는 특별한 날이니까요. 한 달을 손꼽아 다우들과 만나는 다회인데 하필 일정이 겹쳐 함께 하지 못하면 다음 달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유월 다회에 결석 다우는 장기 유럽 여행길에서 다회 후기만 기다리는 산수유님, 큰 중책을 맡아 일정이 비워지지 않는 백공님, 갑자기 일이 생겨 빠질 수밖에 없는 나르샤님, 야근 근무로 장기 불참 중인 묵향님입니다. 대명님은 일이 마쳐지지 않아 참석하지 못한다며 다식을 대신 보냈습니다. 유월 다회에도 빠뜨리지 않고 다식을 챙겨 온 선영님과 서영님 고맙습니다.
유월 다회의 주제는 흑차입니다. 이젠 차린이 딱지를 떼도 될 선영님의 제안으로 유월 다회 찻자리는 흑차로 준비했습니다. 흑차는 우리가 주로 마시는 보이차도 카테고리에 들어 있지만 후난 성의 복전과 천량차, 쓰촨 성의 강전, 강서성의 육보차가 대표차로 들 수 있습니다.
오늘은 노흑차를 준비했는데 진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90년대는 기본이고 80년대 천량차, 70년대와 90년대 복전, 60년대 흑전차까지 준비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귀하다고 할 수 있는데 60년 대면 정말 인연이 닿지 않으면 마실 수 없겠지요.
흑차는 알다시피 주 소비층이 티베트지역의 유목민입니다. 그들에게 흑차는 우리처럼 우려 마시는 차가 아닙니다. 고기나 유제품 위주의 식생활을 보완하는 음식이어서 매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생필품이지요.
복전이나 천첨 등 흑차를 살펴보면 거칠기 이를 데 없습니다. 몇 킬로 단위로 대형 전차로 만들어져 공급되어 양식처럼 쌓아두고 썼지요. 사실 보이차처럼 다구를 써서 우려 마시는 게 야크 젖을 넣어 끓여 마셨는데 수유차라 부릅니다.
이 흑차가 노차로 대접받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들었던 얘기로는 유목민들은 일정 기간 시일이 지난 흑차는 불쏘시개로 썼다고 합니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그들에게 필요한 차의 효용이 없다고 여겼겠지요. 그랬던 흑차가 지금은 당당하게 호남성 등 흑차 산지에서 고급화시켜 생산되고 있습니다.
오늘 다연회 찻자리에서 마셔볼 흑차는 80년대 천량차를 제외하고는 동경당님께 나눔 받았답니다. 이제 고인이 되신 동경당님 영전에 머리를 숙여 감사드립니다. 80년대 천량차, 70년대 복전, 60년대 흑전차는 어떤 향미로 다우들께 다가갔을까요?
80년대 천량차... 참 좋다고 하고, 70년대 복전은 너무 좋다고 합니다. 60년대 흑전차는 감동에 가까운 반응이라 말로 표현을 못한다는 정도였습니다. 70년대 복전과 60년대 흑전차를 이제 내년에 또 마셔봐야겠지요?
다연회 다회의 찻자리가 너무 좋은 건 선입견이 없는 다우들과 차를 마신다는 점입니다. 제가 다른 복보다 차복이 더 있어서 다우들과 함께 마실 차가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7월 다연회 찻자리는 올해 고수차를 주제로 잡을까 합니다.
다연회에 13년이나 함께 한 혜원님이 근무지 이동으로 정기다회에는 참석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7월 다회는 참석할 수 있다고 하니 혜원님 이별 다회로도 주제가 잡히겠네요. 혜원님과 함께 하는 마지막 다회에는 우리 다우님들 모두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다우님들과 함께 한 유월 다회 찻자리도 즐거웠습니다.
PS : 선영님이 다연회 밴드에 올린 참석 후기
흑차를 주제로 한 다회는 참 생소하였습니다. 맛도 그러했고요. 보이차의 고소 또는 구수한 맛과는 다른 독특한 향미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60년대 흑차가 나왔을 때는 혜원님과 저는 응관님이 절을 하고 먹어야 된다고 해서. 정말 절을 하고 먹었지요 ^^. 그래도 될만하던걸요?
맑은 단맛이 입안에 오래 감돌았습니다. 엽저는 무슨 가을날 나무 밑에 쌓여 있는, 그것도 아주 밑에 쌓여 있는 낙엽더미같았는데 말입니다. 저야 눈치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 말합니다. 다우님들이 굽어 살펴보아주소서.ㅎㅎ.
상희짱님께서 이런 차는 어디가서도 또 못마신다며 아직 잔을 비우지도 않은 저에게 빨리 마시고 또 마시라며 주셨어요. 귀한 차를 양보해주셔서 또 감사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혜원님이 근무지 발령으로 멀리 가게 되었다고 하는 날이었는데 왜 그리도 웃음이 났는지요. (혜원님 오해는 말아주셔요 ㅎ;;) 오래된 흑차에 무슨 묘약이라도 있었는지 다우님들 덕에 웃음보가 아주 많이 터졌습니다. 흑차를 정성껏 우려주시는 무설자님은 안중에도 없이 말입니다.
잘 마셨습니다. 잘 만났습니다. 흑차와 즐거운 조우였습니다. 60년대 흑차를 내어주시는 무설자님의 떨리는 손길 기억하겠습니다. ㅎㅎ. 다음 다회를 기다리며..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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