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집을 살펴라

무설자 2023. 6.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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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유명한 지관이었던 손석우 씨가 썼던 터라는 풍수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묘를 잘 쓰면 후손이 發福발복 해서 잘 살 수 있다고 하며 묘자리에만 관련시키는 건 풍수에 대한 편견이다.

 

터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지금도 풍수는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등 주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풍수는 전통적인 지리 과학으로 도읍을 정하고 마을을 이루고 집을 지을 때에는 꼭 풍수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지명도 풍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니 묘를 쓰는 음택 풍수보다 도시나 마을, 집을 짓는데 적용된 양택 풍수가 주를 이룬다. 살아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양택인 집,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음택인 묘를 잘 쓰려고 애쓰던 실용 학문이 풍수라고 볼 수 있다.

 

꼭 풍수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집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처칠은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그 집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어떤 집을 지을까?’보다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 집에서 지내는 일상이 바로 행복의 바탕이 되지 않겠는가?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 옛 집은 대를 물려 살았고 이 마을은 몇 백 년을 이어 지금도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집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집이라고 하면 아파트와 동의어가 된다. 꼭 아파트가 아니라고 해도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처럼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살고 있다.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소도시나 시골이라야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파트라는 집에 살게 되면서 우리네 일상생활이 단독주택에 살던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처칠의 말씀에 따라 아파트는 우리 가족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생각해 보자. 아파트가 만들어온 우리 주거생활은 행복하게 했는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아파트도 초기에 비해 엄청난 진화를 해왔고 계속 바뀌고 있다. 그런데 그 변화되는 요인에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내용이 있을까? 최신식 아파트에 살면 그 이전의 구형 아파트보다 더 행복해지는지 궁금하다.

 

아파트는 더 높이 짓고 더 큰 규모의 단지로 지어지고 있다. 인테리어도 더 근사해지고 각종 전자장치가 추가되어 더 편리해지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그만큼 달라진 새 아파트에 살면 더 행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별개가 아닐까 싶다. 아파트의 진화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으로 진행된 건 아닐 테니까.     

 

바닷가까지 점령한 아파트, 산자락은 물론 전원까지 온통 아파트 천지이다

 

집밥과 파는 밥     

 

단독주택을 직접 조리해서 먹는 집밥이라고 보면 아파트는 돈을 주고 사 먹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성 들여 조리한 집밥을 먹으면 배도 채워지지만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사 먹는 음식은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어도 집에 돌아오면 라면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집밥은 식은 밥을 물에 말아 김치를 가지고 먹어도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든다. 집밥은 메뉴를 따지지 않고 먹는데 물리는 법이 없다. 아침은 된장국, 저녁은 김치찌개로 며칠을 먹는다고 해도 엄마가 해주는 밥상에 딴지를 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점심은 무얼 먹을까 매일 고민하게 된다. 직장 근처에 수많은 식당이 있지만 먹을 만한 데가 없다고 푸념한다. 식당마다 메뉴가 열 가지는 넘을 테니 열 곳이 후보라면 백여 가지가 넘는 음식이 기다리는데 왜 먹을 게 없다고 하는 것일까?

 

배를 채울 음식은 많지만 마음까지 그득하게 해 줄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싼 음식이라고 그 돈만큼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침 엄마처럼 편안하게 대해주는 분이 식당의 주인이고 마침 정식이 주메뉴라면 점심 메뉴를 정해야 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주인아주머니를 이모나 할머니라 부르며 점심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원룸이나 투룸의 수요가 줄지 않는지 소형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이 계속 지어지고 있다. 대학교 근처원룸 주거에 사는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주택가에 지어지는 소형 공동주택의 수요자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학교 앞 원룸으로 나가 사는 집은 빈 방이 생겼지만 부모가 그들의 부모를 모시지 않는다. 빈 방이 두 개나 있는 아파트에도 부부만 살뿐 혼자 사는 노인들은 그들의 자식들과 살지 않는다.

 

아파트는 부모와 자식, 부모와 그들의 부모로 이루어지는 2세대도 편히 살 수 없는 집이다. 아이들은 그들의 의지로 집을 나와 살려고 하며 부모의 부모는 그들의 자식들이 함께 살아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는 참 이상한 집이다.

 

삼세대가 한 집에 사는 주거 문화가 우리나라의 미풍양식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남의 나라의 얘기가 되고 말았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그리워하며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았던 세대는 이제 잊히고 있다.          

 

 

 

나이가 좀 든 사람이나 집을 떠나 멀리 살고 있는 사람은 문득 그리움이 사무칠 때가 있다. 그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집과 밥이다. 집이라는 말,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먹었던 밥은 떠올리기만 해도 울컥하게 되는 그리움이 아니던가?       

 

하지만 집답지 못한 집, 아파트에서 살았고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지 못했던 지금의 세대는 그런 그리움을 가지고 있을까? 외로움은 우울증이라는 병이 되기도 하지만 그리움은 외로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묘약이 된다. 집이라면 가족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이어야 하고, 밥이라면 마음까지 허기가 채워질 수 있어야 한다. 집다운 집에서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사는 게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이어간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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