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제주도에서 온 밀감을 먹으며

무설자 2017. 12.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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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712

제주도에서 온 밀감을 먹으며




제주도에 사는 다우께서 작년에 이어 밀감을 한 박스 부쳐왔다.

보기에는 껍질이 거뭇거뭇하지만 알고 보면 유기농으로 지은 귀한 밀감이다.

작년에는 크기도 제각각이었는데 올해는 보기에도 좋게 균일한 게 신경을 더 써서 보내주셨구나. ㅎㅎㅎ



사진자료로 쓰려고 사무실의 내 자리를 찍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더 정신이 없다.

이 자리에서 작업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난다.

그러니 이 자리는 일자리, 찻자리, 노닥거리며 노는 자리까지 一席多所이다.



밀감을 이렇게 떡하니 내놓고 먹으면 스스로 내리는 공치사가 보통이 아니다.

앞에 사람이 앉으면 그 자랑은 말도 못하게 길어지는데 돈 주고 사 먹는 밀감에 비길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기른 건강한 과실이라는 것에다 맛까지 너무 좋아서 보내준 다우께서 이만큼 신경을 썼다는 자랑이다. 



밀감을 먹다보면 이렇게 터진 것도 조금씩 나온다.

불량을 골라내지 않고 담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얼마나 꾹꾹 눌러서 담아 보냈는지 뱃심이 약한 놈은 배가 터져 버렸다.


밀감 한 박스,

돈으로 계량하면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써서 골라 주소를 쓰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밀감을 깨물 때마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과즙과 향기로 누리는 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