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22
점심 어떻게 드셨습니까?
잘 먹는 것이 사는 이유 중에 가장 크다고 하면 돼지라고 놀림을 받을까요?
잘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으신 분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먹는 일이 아침은 거르고 전심은 때우고 저녁은 대충 먹는다고 하지요
그렇게 먹으면서 살아간다는 건 밥 먹는 정서가 아주 메말랐다는 것이지요
아침은 알아서 챙겨 먹고 점심은 그렇고 그런 식당밥이지요
저녁은 약속에, 야근에, 술 자리로 맘 편하게 밥을 먹을 일이 별로 없지요
그러다보니 왜 사는 지 모르겠다며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불만이 많습니다
밥만 마음 편하게 넉넉한 시간으로 먹는다고해도 불평불만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밥자리 한번 가지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모처럼 그렇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내가 좋은 건 남에게 알리고 싶은 게 무설자이기에 ㅎㅎㅎ
이 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밥을 먹을 때나 먹고 난 뒤에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 큰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십니까?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이 나무의 몇배나 큰 이 나무가 있었답니다
식당이름으로 쓰는 포구나무입니다
이 나무도 그 크기가 제법 눈에 띌 정도입니다
나무 아래로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레방아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늘 돌아가지는 않더군요
들어가는 입구에는 옹기 항아리를 많이 구해다가 그 위에 돌에 붙어서 피는 야생화를 심어놓았습니다
겨울이 지나 춘풍이 불자마자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의 정성이 여기에서도 보입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돌계단 옆에도 꽃이 피는 식물들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전원에 온듯 느낌이 좋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더욱 싱그럽습니다
그린벨트에 있는 식당이라 화려하지 않은 가설건물로 식당을 삼았습니다
바깥의 아기자기한 공간과 달리 안에는 그냥 깔끔하게 밥을 먹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뭐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내부공간입니다
손을 닦는 물수건 하나를 내놓으면서도 이렇게 받침을 써서 예를 표합니다
일회용이기는 하지만 펄프를 써서 만든 것이라 친환경적이라고 할까요?
하얀 색깔이 위생적...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집의 주메뉴는 오리고기인데 점심은 특선으로 갈치찌게 정식이 나옵니다
찌게 이외에 일곱가지 찬이 나오는데 날마다 조금씩 그 종류가 다릅니다
음식은 정갈하고 짜지 않고 조미료도 적게 쓰는 것 같아 맛이 깔끔합니다
갈치찌게 입니다
일인당 두 토막 정도의 갈치가 들어있는데 밥 한 그릇을 목는데 적당한 양입니다
냉동 갈치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게 맛이 느껴집니다
이 메뉴가 이 집의 주력 음식인 오리 불고기입니다
야채 초샐러드가 따라 나오는데 입을 깔끔하게 하더군요
양도 많고 맛도 있습니다
주 메뉴의 사이드 찬입니다
음식이 깔끔하고 싱거운데다 계속 리필이 되니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싱싱한 야채가 오리고기 맛을 더해 줍니다
고기를 먹고 난 뒤에 밥을 볶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꼭 밥을 먹어야 하는 마무리를 도와줍니다
점심 때는 네 사람이 한마리를 시켜서 먹고 공기밥 세그릇으로 볶아서 먹으니 양이 맞더군요
오리고기 좋아 하십니까?
밥을 먹고 나오면 이런 꽃들이 식당 주변의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이 집에는 겨울 이외에는 늘 꽃이 피어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을 가꾸는 주인장의 마음이 밥을 먹는 마음에도 와닿습니다
이제 밥을 먹었으니 이 집의 화장실로 가볼까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가설 건축물이지만 이렇게 가정에나 있을 법한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지지요?
손을 씻고 나면 종이 티슈나 온풍기로 말리게 되어있는데 이 집에는 작은 타월을 놓았습니다
잘 말린 수건에다 손을 닦는 즐거움
이 집 주인의 마음씀이 느껴지십니까?
밥을 먹는 것에 집중하여 좋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 그릇의 밥을 준비하는 주인장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평가해 봅니다
종업원들이 얼마나 친절한 지 주인이 누구인가 물어 볼 정도입니다
돈을 주고 밥을 먹었지만 웬 지 모자라게 비용을 치른 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 채웁니다
제가 받은 밥을 먹으면서 얻은 만족함을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식당과 가까운 곳에 사신다면 꼭 기분좋은 식사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식당의 연락처입니다
가족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오신다면 좋은 음식에 기분 좋게 밥을 먹었다고 칭찬을 받으실 것입니다
차 한 잔이 더해진다면 더 좋겠지만 아직 이 집에는 믹스커피 밖에 없더군요
다음에 밥을 먹으러 갈 때 차 한 편과 표일배를 전해야 될까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