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극락으로 가는 길

무설자 2008. 6. 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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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모를 뿐

열성적인 것과 열의가 없는 것
모두 다 좋지 않다.
그것은 마치 기타줄과 같다.
그것을 너무 꽉 조이면 음이 맞지 않고
오래지 않아 줄이 끊어진다.
또 너무 느슨하게 해 놓으면
역시 곡조가 맞지 않아 연주가 불가능하다.
적당히 조여야 한다.
너무 열성적인 것도 좋지 않고
열의를 잃는 것도 좋지 않다.
평상심 그대로의 마음이 바로 명상禪이다.  
언제나 '오직 모를 뿐'의 마음을 지켜가라.
실제로 그대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그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 우주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
오직 모를 뿐이다.
그대가 맑은 마음을 지켜나갈 때
우주 전체가 그대 자신이고
그대가 우주다.


      - 숭산 스님의
<부처님 이마에 담배재를 털며> 중에서 -


*  열성과 열의에 빠지면 집착의 끈이 생기고 애증愛憎의 포로가 됩니다. 여기에 머물면 중생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수행은 이러한 애증의 견해를 내려놓으려는 집요한 노력이지요. 이를 '평상심 그대로의 마음'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오직 모를 뿐'의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思念)과 생각하지 않는 것(無念), 둘 다 집착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생각이전의 생각으로 향할 때 본래 출발점인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것이지요.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삼빠자나이고 그것이 곧 명상의 본질입니다.  

산방편지에서 퍼 옴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 없이 한달을 살았습니다

병원에서 보내는 이 시간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오랜만에 얻은 휴가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하고 하루가 가고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때는 의사소통의 수단이 원하는대로지만

이렇게 깁스에 묶여있다보니 휴대폰과 노트북에 매여 삽니다

묶여있으니 한정된 것에 집착이 강해집니다

 

소통이 가능한 것에 매여사는 이 생활에 익숙해져 집착이 일상화될까 두렵습니다

깁스한 몸이 불편할지라도 회복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달 전의 일상으로 복귀해야겠습니다

몸이 편하고 마음이 불편한 병실과 몸은 좀 불편하지만 마음이 편한 것의 선택입니다

 

한쪽 다리 모두를 깁스한 상태에서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생활 할지는 아직 상상이 가지않습니다

어쩌면 재입원한 2주가 제게는 호사였는지 모릅니다

이제껏 몸이 편한 시간을 보냈으니 지금부터는 마음이 편한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편한 다치기 전의 일상이 바로 극락이었습니다

도, 극락, 행복...이런 모두가 찾는 것이 여기에서는 보입니다

병실 밖의 모든 이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는 가지려고해도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보여도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요

그래서 때로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오늘 밤은 등을 줄이고 물 끓는 소리를 들어봅시다

그 기다림의 시간에 찻잔을 닦고 꺼내놓은 마른 차의 향기를 맡으면 어떤 맛일까요?

끓은 물을 차호에 붓는 소리나 찻잔에 찻물을 따르는 소리가 새삼스런 시간을 가집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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