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일 없이 하는 일

무설자 2008. 6. 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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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쁜 일

아무리 좋은 일에도
나쁜 일 한 가지가 따라오고

아무리 나쁜 일에도
좋은 일 한 가지가 따라오니까



- 김흥숙의
<그대를 부르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중에서 -



*  형편이 풀릴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하듯이, 좋은 일에는 항상 나쁜 일이 호시탐탐 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다고 방심하다가 큰 코를 당하지 않습니까? 나쁜 일도 마찬가지, 아무리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할지라도 이미 그곳에는 행복의 씨앗이 움트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그래서 성인이 가라사대 장애를 통해서 도를 성취하라 하신 것이지요.  

 

산방편지에서 퍼 옴

 

이렇게 일상에서 떠나 낯선 곳에 앉아있으면 무장해제 당한 병사같은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한달이 될 지 보름이 될 지 모르는 이 상태의 일상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거동을 제한하는 한쪽 다리 깁스라는 족쇄를 채운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우가 빌려준 노트북을 끼고 하루를 지냈습니다

운남 곤명의 다우와 채팅을 하고 어제 문병차 다녀간 남원과 대구의 다우와 안부 글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병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세상과 만나는 묘한 시대입니다

 

이렇게 억지로 혼자가 되니 제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가 먼저 입원했다고 연락을 주지 않으면

제게 전화가 오는 분만이 저의 상황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일 없이 주고 받는 전화가 이렇게 제 일을 당하고 보니 참 필요한 일입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의 의미를 느낍니다

유안진 시인의 수필처럼 일없이 찾아가는 친구가 없다면 참 쓸쓸할 것이라 느껴집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맹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차 한잔 우려 마시는 것이 하루의 일과 중에 이렇게 중요할 수 없습니다

곁에 있는 아내의 존재가 이렇게 소중함을 이 기회가 아니면 알 수 있었을까요?

 

일 없음의 소중함, 일 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정, 일 없을 때 만날 수 있는 사람

일 없음의 화두는 이 자리에 와서 느끼게 합니다

일 없이 하는 일을 잘 해야 노후가 보장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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