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4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자연은 견성정(見性情)의 대상이다. 그 대상 앞에서 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많은 시들은 집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감각적인 대상들을 즐겨 노래한다. “빈창에 눈보라 치고 촛불 그물거리는 밤 달빛에 걸러진 솔 그림자 지붕 머리에 어른댄다 밤 깊어 알괘라! 산바람 지나가는 줄 담 너머 서석 거리는 으스스 댓잎소리... “ (이우, 눈보라 치는 밤에) 놀랍게도 시 속에는 집이 없다. 시인도 자신의 집에 살았으련만, 그의 집은 온데간데없다. 존재는 있으되 그 모습은 온전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다면 창이나 툇마루나 정자, 지붕만이 정경 속에 묻혀 있을 뿐 집이나 바람, 구름, 달과 새와 함께 배경으로 존재한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