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14

단독주택 知山心閑,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지산리 단독주택, 심한재 설계작업기 1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터무니없다’라고 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얼토당토 않는 것을 일러서 그렇게 쓴다. 터무니는 터에 새겨진 무늬를 말한다. 터무니를 본다는 것은 터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상황과 주변의 지정학적 요소와 대지의 형태, 고저차 등을 살피는 일이다. 집터가 가지는 요모조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외관 위주로 디자인되어 보기에 좋은 집을 지었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집’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집을 지을 땅, 집터를 구하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일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상형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면 배우자로 삼을 수 없다고 고집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집도 모든 것이 구족된 집터를 찾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부족..

단독주택, 知山心閑 - 집을 생각하는 화두, '얼마나'와 '어떻게'

지산리 단독주택, 심한재 설계작업기 프롤로그 집을 생각하는 화두, ‘얼마나’와 ‘어떻게’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자락의 양산 지산리에 집터를 잡은 단독주택 설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서른 평 이하의 단층으로 지으려고 했다. 여태껏 서른 채 가까운 단독주택을 설계했지만 최소 마흔 평은 넘어야 방이 세 개가 들어가면서 손님이 묵어갈 수 있는 집이 된다. 서른 평 정도의 규모로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아파트의 규모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전용면적 25.7 평이면 방이 세 개가 나오는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집이다. 물론 발코니를 법이 허용하는 대로 확장한 상태라서 거의 마흔 평에 가까운 면적이 된다. 단독주택의 서른 평은 아파트로 치면 분양면적 스무 평 초반 ..

지산리 단독주택-心閑齋1, 知山心閑, 산에 안기니 마음이 쉬어진다

知山心閑, 산에 안기니 마음이 쉬어진다 영축산을 배산으로 하는 집터에서 지산마을은 진시황 때 ‘서불’이라는 사람이 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으로 왔을 때 영지를 구한 곳이라는 유래를 가진 지산리 3개 마을(지산, 평산, 서리마을) 중 한 곳이다. 오래된 마을은 길지吉地이기에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으니 여기에 집터를 얻을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 하겠다. 집터는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하고 십여 호의 집이 모여 있어 곧 작은 마을이 되겠다. 집터는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을 배산으로 하고 지산마을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끼고 있어서 주변의 산세나 분위기는 전원에서 살기에 알맞은 곳으로 보인다. 집터에서 주변을 살피다 조망은 앞으로는 동으로 열리고 배후가 되는 뒤로 영축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오며, 남쪽으로..

또 하나의 심한재心閑齋를 시작하며

2017년에 양산시 원동면에 심한재라는 당호로 단독주택 설계를 시작해서 2019년에 준공을 했다. 단독주택을 스무 채가 넘게 작업을 하면서 목조로 지어내기는 심한재가 처음이었다. 철근콘크리트조로 짓는 집은 설계를 아무리 잘 했어도 시공 중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변경되기 일쑤였다. 일본의 삼나무 중목조는 프리컷으로 제작되어 오기에 현장에서 바뀌어질 수가 없다. 건축주의 마음이 바뀌어도, 현장인부의 거친 손에도 변경될 수 없으니 설계대로 지어질 수 있었다. 건축주가 시공 중에 겪어야 하는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죽어서 저승을 가서 집 세채만 지었다고 하면 무조건 천당행이라고 할까? 설계자는 물론 건축주도 지어낸 결과에 만족할 수 있었던 심한재, 시공자는 복잡한 설계도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