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도심 단독주택-상가주택, 다가구주택이라도 마당은 필수

무설자 2024. 4. 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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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단독주택은 무엇이 달라야 할까? 아니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아파트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집이고 단독주택은 살고 싶은 대로 지을 수 있는 집이다. 그런데 좁은 땅에 짓는 도심형 단독주택에 마당을 둘 수 있을까?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 단독주택을 지어 마당을 밟고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파트에 살기 어려운 여러 이유로 좁은 땅에 3층으로 도심형 단독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지어 아래층에서 수익을 얻고 최상층 단독주택에 살면서 우리 식구만 누릴 수 있는 독자적인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지어놓고 보니 다시 아파트   

  

좁은 땅에 3개 층으로 짓는 단독주택을 보면 일층에는 주차장과 현관, 2층은 거실과 주방을 넣고 방은 3층에 두는 게 일반적인 얼개이다. 이렇게 구겨 넣다시 피 박스 안을 채우다 보면 층으로 나뉜 아파트 평면인 경우가 많다. 박스 안에 갇혀 살게 되는 집이라면 그냥 아파트에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발코니라도 여유 있게 만들었으면 다행인데 거실과 주방을 살펴보면 아파트 평면과 다르지 않은 집이 대부분이다. 거실 앞의 발코니만큼 중요한 공간이 주방과 이어지는 다용도실인데 이곳도 아파트를 그대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설계자는 주방에서 요리를 해보지 않았으니 다용도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 설계-도반건축사사무소- 부산 에코델타시티 이안정/3층에 있는 단독주택은아담한 마당을 두었고 거실은 높은 천정고를 가져 아파트와 차별되는 공간을 가졌다

 

방도 살펴보자면 안방은 아파트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을 것이다. 건축면적이 여유가 없으면 아파트보다 부실한 평면일지도 모른다, 아파트 욕실을 벗어나지 못한 단독주택이라면 더욱 우리집을 지어서 살 필요가 있을까? 나머지 방도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으면 살아보면서 후회하게 되는 건 뻔하지 싶다.    

 

다락이라도 설치되어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에 살아보면 가장 아쉬운 게 수납공간이다. 짐은 아무리 줄여 산다고 해도 늘기 마련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독립하고 나면 방 하나는 창고가 되는 건 어느 집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넓고 좁고’와 ‘있고 없고’     

 

아파트에 살아봤으니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면 어떻게 다른 집으로 지어야 할까? 거실을 더 넓게 쓰는 게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바람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주방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파트 평면을 좀 다르게 바꾸어 봐도 결국 변형된 아파트일 뿐이다.   

         

단독주택에는 있는데 아파트에 없는 게 무엇일까? 아파트에 있는 각 공간을 우리 식구가 바라는 형식으로 바꾸면 단독주택에 사는 만족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정도로 바꿔서 지은 집이라면 아파트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가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넓고 좁고’나 ‘이런저런’이 아니라 ‘없고 있고’라는 점에서 바꿔진 집이라야 단독주택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설계-도반건축사사무소-부산 문현동 양명재/아담한 마당, 높은 천정고를 가진 거실과 다락은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단독주택만의 특별한 주거생활을 보장한다

   

아파트에 없고 단독주택에는 있어야 하는 공간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집에 들어오는 걸 망설이는 이유가 바로 이 공간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 없이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같은 집이 아닐까 싶다.

 

설계만 잘하면 대지가 어떤 여건을 가졌다고 하여도 있어야 할 공간은 확보할 수 있다. 아니 무조건 확보해야만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다. 아파트에 살기 싫어서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지어놓고 보니 아파트와 다름없는 집에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단독주택에 꼭 있어야 할 세 곳

 

단독주택이라고 짓는 집이라면 이 세 곳은 꼭 있어야 한다. 그 세 곳은 마당, 다락, 탁자를 놓을 자리이다. 이 세 곳에서 우리집에서 누릴 수 있는 무한한 여유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최상층 단독주택이나 다층으로 짓는 단독주택에도 마당은 꼭 있어야 한다. 실내가 아무리 넓어도 외부 공간의 쓰임새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 열 평 정도의 마당만 있어도 주거 생활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옥상은 옥상일 뿐 거실과 주방과 이어질 수 있어야 마당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설계 울산 원명재 - 4층은 건축주가 사는 단독주택이라 마당을 두면서 방 하나는 다락에 넣었다
원명재 3층은 아파트 평면으로 구성했는데 정남향 집으로 발코니가 있어서 양명한 햇볕이 들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필자 설계 울산 양명재의 4층 단독주택 마당은 건축주가 너무 좋아하는 공간이다. 날씨 좋은 날에 지인들과 함께 조촐한 파티를 가지는 걸 즐겨한다고 한다

  

마당을 앞에 두고 탁자를 놓아 밖을 바라보며 식구들이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진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공간은 다락이다. 근래 아파트 평면을 보면 알파룸이라는 방이 눈에 띈다. 알파룸은 다목적실이라 할 수 있는데 다락은 넉넉하게 다목적실 공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가중 평균치에 따라 쓸 수 있는 기능이 달라지지만 서재, 게스트룸, 수납공간과 옥상을 Roof Top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싱크대의 연장으로 놓는 식탁이 아닌 탁자를 놓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거실은 어차피 TV 시청실로 전락해서 식구들이 마주 앉을자리가 아니다. 식구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탁자가 있어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다.          

 


 

우리가 아파트에서만 살게 되면서 집이 가져야 할 필요 기능을 거의 다 잃어버리게 되고 말았다. 식구들의 대화가 없어졌고, 손님의 발걸음도 끊겨 버렸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집을 나가고 부부만 남게 되자마자 각방을 쓰는 게 우리네 집의 현주소가 아닌가?     

 

어렵사리 단독주택을 지어 살면서도 아파트 살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집이 대부분이니 이 얼마나 서글픈가? 이제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마당’, ‘다락’, ‘탁자를 놓을 자리’는 꼭 넣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창밖을 넘는 집, 손님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집, 식구들이 귀가를 서두르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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