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그 집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사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드은 내가 지어서 살지 못하고 지어질 집을 분양받거나 지어진 집을 구입해서 살다 보니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어떤 집이든 설계자가 있고 시공자는 있는데 분양하는 집은 건축주 없이 지어진다. 지어서 파는 상품이라 부동산의 가치만 잔뜩 들어 있을 테니 그 집에 살 사람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 둘리 만무하다.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해도 도심지는 지가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낼 수 없고 전원으로 나가 사는 건 생활의 근거지를 옮겨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대안으로 일이 층은 수익을 얻고 삼층에 우리집을 마련하는 상가주택을 짓는다. 물론 상가주택을 짓는 것도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실행에 옮기는 걸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에코델타시티는 동부산에 비해 낙후된 서부산의 미래를 전환시킬 수 있는 첨단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의 단독주택지구는 상가주택을 짓도록 지정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지어지고 있다. 필자가 설계한 상가주택인 '이안정'도 아직 택지조성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준공해서 이층과 삼층은 입주를 끝냈다.
설계 : 도반건축사사무소 건축사 김정관
시공 : (주) 단단한 종합건설 대표이사 이재남
인테리어 : CJ인테리어
Architect와 Designer-본문 내용의 蛇足
건축 작업과 디자인 작업은 엄연히 구분된다. 창작 작업을 일러 Design이라고 하며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부를 때 Designer라고 한다. 사람과 관련된 일에는 옷을 짓는 사람은 Fashion Designer, 미용사는 Hair Designer이고 손톱 치장을 하는 사람도 Nail art Designer라고 한다. 건축 관련 디자인으로는 조경설계를 하는 사람은 Landscape Designer, 집의 실내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Interior Designer이다. 그럼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은 Architectural Designer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데 건축 관련 일에서 Designer로 불리길 거부하며 Architect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조경 건축가-Landscape Architect, 실내 건축가-Interior Architect로 불러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럼 건축-Architecture와 Design은 어떻게 다른 것이어서 꼭 건축작업을 하는 사람만 Architect라 쓸 수 있는 것일까?
건축작업은 자연이라는 바탕의 無무에서 건축물이라는 有유를 드러내는 일이다. 또 건축물은 특정한 몇몇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바탕에 두고 담아내어야 하며, 그 건축물이 해체되기 전까지 수십 년을 지나 수백 년 뒤라는 시간의 바탕에 두어 어느 시기에도 그때 사람이 편히 쓸 수 있어야 한다.
건축 행위의 바탕은 사용자나 시대를 차별하지 않는 보편성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 행위는 개인의 의지를 드러내는 창작이 아니라 어느 때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니 창조라고 해야 옳다고 본다.
건축에서 디자인은 건축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본다. 그래서 디자인이 우선된 건축물은 특정 시기를 지나면 용도 폐기되어 허물어지게 되는 예가 많다. 건축물의 용도로 보면 외관이 눈에 띄어야 하는 상업 건축물은 리모델링이 자주 진행되며 심지어 허물어지는 경우가 타용도에 비해 많은 편이다. 백 년이 아니라 천년 이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중교 건축물이나 궁궐 등 공공 건축물은 장엄하거나 단순한 건축미로 시간의 흐름을 비켜가도록 지어졌다고 본다.
사람의 삶을 담는 건축물은 디자인이라는 개인의 창작 의도의 産物산물이기보다 시간을 불문하고 누구나 생활하는데 만족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는 창조의 所産소산이어야 한다. 보편성이 바탕이 되는 창조적 관점으로 작업하는 Architect와 나만의 특별한 결과물이 요구되는 Designer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고 본다. 왜 건축물을 설계하는 일에만 Designer를 붙이지 않는지 설명이 되었으면 한다.
Interior Designer와 Architect의 협업
인테리어도 건축사의 작업 영역이지만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영역을 빼앗기고 말았다. 건축사가 작업하는 건축의 영역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게 지어지면 백 년은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내 공간은 필요에 따라 개수 공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그 시절의 디자인과 마감재로 진보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상가주택의 경우 일층 상가는 임차인이 업종에 따라 인테리어를 하게 되므로 마감 없이 준공을 하게 된다. 이층 다가구주택은 임대를 하게 되므로 따로 인테리어 팀이 필요치 않아서 건축 내장으로 마무리한다. 삼층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집으로 쓰게 되므로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안정은 건축주의 결정에 따라 일층 상가를 제외한 모든 실내 영역을 인테리어 팀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시공사의 건축 내장팀이 실내 마감을 하면 시공사의 이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안정 시공사인 단단한 종합건설은 내부 마감 이윤을 포기하고 협력사인 CJ 인테리어를 추천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작업 내용에 따라 공사비에서 큰 차이를 낼 수 있다. 건축주는 시공사 건축 내장팀에서 작업하는 비용에서 얼마나 더 추가한 공사비를 들여야 할지 판단해야 할까? 건축주는 그 판단을 건축사에게 위임한다며 공을 나에게 던졌다. 건축사의 설계 의도에 맞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해서 적절한 공사비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각 영역의 인테리어 디자인 연출 모티브
공용 공간은 각층 홀이 계단실과 열려 있으므로 인테리어 디자인이 적용되면 집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건축주는 물론이고 2층 다가구주택 세입자들도 자신들이 사는 집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3층 건물이라며 E.V도 설치하지 않은 상가주택도 적지 않은데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호텔 못지않은 공용 공간이 사용자에게 주는 감흥은 남다를 것이다.
2층 다가구주택에는 투룸 두 세대와 스리룸 한 세대가 있다. 거실과 주방 영역은 물론이고 방에도 적용된 인테리어 디자인은 입주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어려운 주거 분위기를 만든다. 임대 세대에도 품격 있는 디자인을 더하면 세입자들도 집을 쓰는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3층 단독주택은 설계자가 마음먹고 공간을 구성했기에 인테리어 팀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완성도에 큰 기대를 걸 수 있었다. 마당과 거실은 다른 상가주택에서 구현할 수 없는 콘셉트로 시도되었다. 현관문을 열면 맞닥뜨리게 되는 마당은 3층에 있는 집이라는 느낌을 지우게 한다. 한옥 담장은 오브제로, 툇마루는 마당을 쓰는 특별한 감흥을 줄 수 있게 의도했다.
거실은 아파트와 어떻게 다를까? 내가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경사 지붕이 아닌 평지붕을 쓴 건 이안정이 처음이었다. 에코델타시티 주거단위계획에 경사지붕과 평지붕을 섞을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지붕으로 외관을 구성하면서 층고를 4.2미터로 해서 거실 공간의 깊이를 더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특히 필요한 공간이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인테리어 디자인
매주 수요일에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회의를 통해 안을 다듬어 나가기로 했다. 인테리어 작업 법위는 일층 출입구 홀과 각층 홀, 계단실까지 공용 공간과 삼층 단독주택뿐 아니라 이층 다가구주택도 포함되었다. 인테리어 작업을 단독주택만 해도 되는데 건축사의 설계를 마음먹고 작품으로 지어보겠다는 건축주의 의지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작업에 대한 열정에 감탄할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이 나왔다. 이안정을 설계하면서 의도한 건축 작업의 방향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경계가 뚜렷해졌다. 하지만 작업을 이끌어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의지를 무조건 꺾을 수는 없다. 설계자로서의 내 의견을 완곡하게 내놓으며 젊은 디자이너의 과한 디자인을 다듬을 수 있게 요청했다.
거실 벽은 큰 창문이 남과 서로 나 있어서 벽면까지 디자인이 들어가면 공간이 산만해진다. 또 가구를 아무리 잘 골라도 존재감이 없어지니 천장 디자인만 살리고 벽면은 그대로 두자는 의견을 냈다. 공사 비용도 생각해야 하는 건축주도 이에 동의를 해서 거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확정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팀이 참여할 수 있는 적정 공사비 한도에서 작업의 방향을 잡았다. 그렇지만 디자이너의 열정을 보면 이윤보다 작업 완성도에 집중했던 게 틀림없을 것이다. 건축공사와 별도로 인테리어 디자인이 참여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예산을 초과한 공사비로 지어진 이안정은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인테리어 팀이 모두 이윤보다 만족할 수 있는 결과에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외관도 설계자의 의도에 흡족하게 시공되었고 인테리어는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나왔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인테리어 팀까지 모두 만족하는 이안정은 건축사로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나왔다.
입주를 마친 이안정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만족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단독주택도 세입자가 살고 있는데 설게자가 의도한 특별한 공간에서 보내는 그네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다.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화사하게 피는 날 그들을 만날 것이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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