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상가주택 에코델타시티 이안정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집, 怡顔亭이안정/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무설자 2023. 3.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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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을 앞두고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의 당호를 지었다. 설계를 마치고 작업 과정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영어로 가칭 ‘White House’로 썼었다. 그런데 건축주께서는 고전적인 이름을 바라는 것 같았다. 설계하는 집마다 당호를 붙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면 이름을 지어보게 된다.

 

이번 작업은 건축주께서 설계자에게 절대적인 믿음으로 진행 과정을 맡겨 주셔서 거의 건축사 의지대로 작업되었다. 설계 과정은 물론이고 시공자를 선정하고 공사 과정에 세세한 부분의 결정까지 건축주는 설계자의 판단을 존중해 주었다. “건축사님을 믿습니다”라는 건축주의 한 마디에 거의 매주 현장을 방문해서 건축과 인테리어 시공팀과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거의 40 년 가까운 나의 건축 이력에 이만큼 설계에서 시공까지 관여해 온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집짓기에서 건축주의 신뢰는 건축사는 물론이고 시공사와 인테리어 팀의 작업에도 의욕을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미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어내겠다는 각오로 이어졌다.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현장은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분위기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3층 단독주택의 중정, 이안정의 상징 공간으로 현관 중문을 열면 맞닥뜨리게 된다.

 

 

당호는 怡顔亭이안정으로

 

怡顔이안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왔다. 알다시피 귀거래사는 중국 晉진나라 시대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면서 전원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시이다. 도연명은 중국 강주 출생으로, 뒤늦게 관리가 되어 십여 년을 봉직했으나 끝내 "어찌 오두미 때문에 허리를 굽히겠느냐"라는 말을 남기고 관직을 그만두었다. 이후 남촌에 은둔하면서 문단과 교류했다.

 

귀거래사에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뜰의 나무를 지긋이 바라보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怡顔이안을 가져왔고 亭정은 양동마을의 觀稼亭관가정에서 전원을 바라보는 집이라는 당호를 살펴서 붙였다. 이안정에는 3층 단독주택에 작은 뜰이 있다. 그 뜰-庭이 이 집을 인상 깊게 만들어서 怡顔庭으로도 생각하다가 집을 강조해 怡顔亭이안정으로 당호를 확정했다.

 

이안정은 마당이 집의 가운데 있어서 침실과 나누어지니 거실이 정자처럼 독립된다. 거실은 천정이 훌쩍 높은데 툭 트인 밖을 내려다보면 멀리 열린 경관이 눈 앞에 다가와서 정자 느낌이 물씬 풍긴다. 밖에서 보는 집도 좋지만 3층 단독주택 현관에 들어서면 한옥 담장이 있는 작은 마당이 보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옥상에 오르면 잔디가 깔린 큰 마당에 벤치가 놓여 있어 집에서 소확행을 이렇게 누릴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호가 들어간 명판 시안, 건축주께서 집짓기에 참여한 분들의 노고를 담자며 부탁해서 만들어 붙이게 되었다.

 

 

집 곳곳 어디라도 눈길이 머무니 이안정

 

일층 상가에는 여름내 꽃이 핀다. 인접대지 사이에는 철쭉을, 입구에는 여름 백일동안 꽃이 피어있는 자태가 좋은 배롱나무를 심었다. 건축법의 제한으로 상가의 층고는 3미터로 높여 지을 수 없는데 특별한 조형감각을 살려 외관에서는 층고가 거의 4.5미터에 다다른다. 주변은 모두 상가주택인데 이안정만 일층이 훌쩍 높으니 아마 영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낮에 보이는 외관의 느낌은 어떨까? 거실이 우뚝 정자처럼 솟았는데 여기에서 당호에 亭정을 붙였는데 실제로 거실에서는 앞이 툭 트인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외장재로 집 전체를 마감한 재료는 대리석(?)이다. 그 외장재를 집짓기의 관계자는 타일이라는 걸 알지만 보는 사람마다 대리석이라고 한다. 집의 사방을 외장재 중에 가장 최상급인 대리석을 써서 지었으니 돋보일 수밖에 없네.

 

이안정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절로 시선을 끌게 된다. 일층 근린생활시설은 야간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밤에 빛나는 건물이라니 분명 손님이 가까이 오게 마련이니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야간 경관 조명을 특별히 외관 디자인작업에 포함시켰다. 밤이면 이안정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 된다. 멀리서도 빛나는 이안정은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일층 근린생활시설에 입점이 되고 철쭉과 배롱나무에 꽃이 피어나면 집의 분위기가 완성될 것이다.

 

 

이안정 내부에는 어디에 눈길이 머물까?

 

이안정은 공용 공간인 일층 홀, 이층과 삼층의 홀과 복도와 계단실이 한 공간으로 되어있다. 계단으로 3개 층이 열린 공간이 되니 계단실의 난간 디자인에도 인테리어 팀에서 각별한 노력을 기우렸다. 벽 마감재도 고급타일을 써서 공간의 품격을 더했다.

 

LED조명은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의 특징을 드러내는 시대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안정은 외부 경관 조명과 함께 내부 공간에도 적극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에 반영하여 시공되었다. 공용 홀의 천장은 물론이고 삼층 주택은 요소요소에 조명으로 연출되는 공간감에 반하게 된다.

 

삼층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개성이 돋보이게 설계되었다. 작은 마당이지만 한식담장과 툇마루가 주는 정취에 반하고 천정고가 높은 거실은 한옥의 연등천장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거실 천장 디자인은 이안정의 백미라 할 만 하고 안방의 파우더 룸과 욕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이안정 내부에는 시공자의 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정도로 왜 怡顔亭이안정이라 당호를 지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나 싶다. 亭정이라 할 만한 거실의 격조는 건축적 공간에 멋진 디자인으로 옷을 잘 입혔고, 庭정이라 당호를 쓰고 싶었던 中庭중정의 작은 마당은 누구나 부러워할 이안정의 시그니쳐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밤이면 누구나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빛나는 이안정은 이름 그대로 바라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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