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짜증내지 않고 여름 보내는 방법

무설자 2005. 8. 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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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덥다고 더워 죽겠다며 온통 난리를 피우고 있다. 집을 버리고 계곡으로, 바닷가로, 동네 한 쪽 어귀 바람 많이 부는 쪽으로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는 이들로 부산하다. 아무리 춥다고 해도 문 꼭 닫고 난방만 제대로 하면 살만한 겨울이 그립다고들 하며 아우성을 지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 여름을 짜증내지 않고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주 유명한 스님의 테이프에서 법문으로 들은 얘기이다. 듣고 보면 너무 간단한 더위를 이기는 방책인데 모르면 불쾌지수 최고로 이 여름을 보내게 된다.

 

여름이니까 덥지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말씀이다. , 그렇지. 여름이니 더운 것은 당연한데 이 간단한 이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참지 못하고 큰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름이니까 덥다는 당연하고도 간단한 이치만 받아들이면 땀이 좀 나고 움직이면 좀 피곤할 뿐이지 괜히 짜증까지는 나지 않을 것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매사가 불만투성이가 되지만 받아들이면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면 별일이 있을까 싶다. 세상살이라는 게 살다 보면 짜증나고 힘 빠지는 일들이 한두 가지일까? 신문만 봐도 성질이 나고 TV를 봐도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권이 그렇다며 불평을 터트리고 월급이 밀리는 직장에도 답답한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 좀 잘하지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속내를 참지 못해 일을 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감정대로 성질을 내도 답답한 속이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마음이 가라않기는커녕 속이 더 끓어오르기도 한다. 불이 붙고 있는데 기름을 붓는 상황이 바로 더운 데다 짜증까지 얹어지다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인정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부처님은 모든 현상계의 당연한 것을 알아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리에 따라 사는 법을 설하셨다. 연기법도 그러하고 사성제, 중도도 그러하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고 난 뒤에 이미 있던 것을 여실히 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눈 있는 자는 볼 수 있고 귀 있는 이는 들을 수 있는 것이라 하셨으니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밝은 곳에서는 보이기에 문제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어두워지면 보이지 않아서 아주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무명無明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하신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 등을 켜는 것이 바로 어둠을 밝히자는 원을 상징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도 있지만 애써 알려고 노력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알지 못해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야하는 그것 때문에 부처님은 왕자의 자리도 마다하고 스스로 수행자가 되었다. 왕의 자리도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알지 못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라 출가를 단행하셨다. 하긴 세끼 밥 먹고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면 세수하는 일이야 누구를 막론하고 똑같이 하고 사는 일이지만 그 일상의 일을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

 

왕이면 행복하고 재벌이면 더 바랄 게 없다면 권력과 재물을 가진 사람은 다 행복해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으니 행복을 찾는 일은 따로 있다. 그저 이런 게 사는 것이구나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법을 안다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정치판이나 남을 해롭게 해가면서 큰돈을 버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더운 여름에 산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한 소식은 아니더라도 일 년 정도 갈등 없이 살 수 있는 작은 소식만 턱하니 얻어올 수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벼슬보다 큰 돈 만큼이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 오던 중에 잠시 개인 때라 무덥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이 날씨에도 수련하는 산사에는 에어컨이 있을 리 없는데 거기서 108, 1080배를 하는 이를 떠올려 본다.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몸에 배어나는데 절을 하노라면 어떨까? 그 생각을 해보면 여름이니까, 비에 묻어있는 습기가 있으니 그러하지 하고 되뇌어보면 짜증까지는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장삼에 가사까지 걸친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데 대중들은 한 겹 옷을 입고도 덥다고 부채질을 하고 난리다. 그저 땀이 나면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어 닦으면 그 뿐 일 텐데 어이구 덥다 아이구 더워하며 입 밖으로 떠드는 사람도 있다. 그에게 귓속말로 여름이니까 덥지 하고 얘기해 주면 어떨까?

 

(2005.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