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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동 3380-4 Balcony House-1 -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무설자 2021. 11. 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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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가 거의 두 달이나 늦어지는 힘든 과정을 거쳐 오랜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집이 완성되었다.  집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건축주라서 설계 과정도 꽤 오래 걸렸지만 시공도 공사 도중에 잘못된 골조를 수정하는 완성도에 공을 들였다. 건축주의 딸도 디자인에 감각이 남달라서 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완성도에 도움이 되었다.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집은 설계 과정에서도 건축주와의 조율이 쉽지 않지만 도면대로 집이 지어지는 데도 건축주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이 집이 설계자와 함께 건축주도 마음에 드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좋은 집은 건축주의 안목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번의 결과에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설계 이미지
준공 사진-옆 대지의 건축물이 BJEFJ 건축상 2019 대상작품으로 설계자는 오신욱 건축사이다

 

 일층은 근린생활시설, 이층에는 임대수익용 다가구주택, 삼층은 단독주택으로 짓는 집을 상가주택이라고 부른다. 이 용도로 짓는 집은 건폐율과 용적률을 법적인 최대치를 찾아야 하고 지어진 결과물은 쓰임새와 모양새가 다 좋아야 한다. 건축주가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집, 임대 수익이 잘 나올 집이면서 주변에서 잘 지었다는 평판을 얻어야 하는 집으로 지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니 모순이라는 말이 빈말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규모가 큰 집이라야 설계비도 여유 있게 받을 수 있으니 공들이는 만큼 대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130여 평 정도니 아무리 잘 받는다고 해도 충분하다는 설계비가 되기는 그른 셈이다.

 

 일은 내 욕심대로 해야 하고 설계비는 시장가를 극복해야 하는 모순이 일에 대한 의욕을 식게 만든다. 그렇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사위어가는 의욕의 불길을 풀무질하면서 모순을 극복하는 작업을 시작해본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채우면서 눈에 띄는 집을 지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가주택

 

 

 대지를 살피다

 

 대지가 위치한 명지동은 낙동강 하구의 거대한 삼각주에서 바다에 면한 끝자락에 있다. 을숙도와 가까이 있어서 철새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가 어느 때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해서 지금은 명지국제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강서구의 중심 영역이 되었다.

 

 한창 개발되고 있는 인근의 에코델타시티가 완공되면 서부산은 또 하나의 부산의 모습이 될 것이다. 낙동강 하구는 철새도래지로 이름난 곳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일대가 불야성이 될 터이다. 이제 철새들은 지친 날개짓을 어디에서 쉬어야 할꼬?

 

 대지는 명지중학교 인근이며 동쪽으로는 울림공원에 면하고 멀리 낙동강이 있다. 도로는 대지의 장변은 동향으로 울림공원과 공원 주차장과 닿아 있고 단변의 도로로 주차출입구를 두게 되어 있다. 대지 상황으로 보면 동향집이 되면서 남향의 햇볕이 잘 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원과 강을 바라볼 수 있는 대지의 특성을 살리고 남향의 고운 햇살을 담아내어야 좋은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읽어내었다

 

대지는 크로우더스와 접하고 있는 자리이다.

 

 주변과 대지를 살피다

 

 도시설계에 의해 단지에 주어진 용도는 근린생활시설과 단독주택으로 되어 있다. 용도의 분배는 근린생활시설보다 주택의 비율이 더 높아야 하며 가구 수는 다가구주택 55세대 미만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층 근린생활시설, 이층 다가구주택 4세대, 삼층 단독주택으로 용도 구성이 된다.

 

 이 단지는 거의 3개 층으로 상가주택이 지어져 있어서 일층에 카페와 음식점이 있는 거리 풍경이 이루어진다. 도시설계의 의도에 의해 단지의 중심권에는 고층아파트가 들어가고 강변 쪽으로는 공원에 면한 3개 층의 상가주택으로 스카이라인이 이루어져 있다. 우리 대지는 공원에 접한 도로에 면해 있어서 조망권이 보장되는 장점을 가진다.

 

 우리 대지 주변은 아직 공터로 남아 있는 필지가 적지 않아서 상권이 활성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공원에 면한 특성과 공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서 일층 상가를 임대하는 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2층의 다가구주택도 주변에 빈집이 없어서 임대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3층의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직접 쓸 계획이어서 아파트와 차별되는 집으로 지어져야 할 것이다. 건축주는 좋은 집을 지으려는 의지가 남다른 분이다. 계획 설계를 진행하면서 이 단지에 괜찮아 보이는 집들을 함께 보고 다녔는데 집을 보는 안목이 높아서 계획을 확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3층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며 일층 상가와 이층 다세대주택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집을 지으려는 목표가 된다

 

사진 출처-카카오맵 로드뷰

 

 단지 안의 상가주택을 돌아보다

 

 건축주가 바라는 집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은 계획 설계의 방향을 잡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박스 형태로 집을 지으면 공사비 절감에 유리하다. 하지만 조형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한 외관을 구성하려고 하면 공사비 상승은 각오를 해야 한다.

 

 흔히 공사비를 평당 얼마라고 얘기하는 기준에 얽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설계가 마무리되고 시공 견적을 받으면 고개를 젓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규모의 집이라도 조형성을 살리면 공사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건축주와 함께 단지를 돌아보면서 맘에 든다는 집은 공사비가 적잖게 들여야 하겠는데 걱정이 앞선다. 물론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작업의 자유를 그만큼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계획의 방향은 설계자 임의로 잡을 수 있지만 결과는 건축주의 안목만큼 얻을 수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BJFEZ 건축상 2018 대상 수상작 - 설계 강기표 건축사
설계 : 오신욱 건축사

건축주의 집에 대한 안목은 설계 작업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설계 계약이 이루어지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채우고 건축주의 높은 안목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설계비는 시장가보다 높게 계약이 되었지만 작업의 목표를 충족하는 데에는 갈증이 난다.

 

 말이 나온 김에 설계비에 대해 얘길 좀 해야겠다. 흔히 공사비를 평당 기준으로 환산해서 예산을 가늠하지만 근거로 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설계비도 시장가市場價는 평당으로 통용되는 게 현실이다.

 

 설계비의 책정은 규모로 추정할 수도 있겠지만 작업 기간으로 결정해야 하는 게 타당하다. 예를 들어 공장처럼 규모는 크지만 작업 과정이 단순하면 설계 기간이 짧다. 반면에 단독주택인 경우 규모는 적지만 작업 기간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설계비를 평당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Balcony House는 평당 설계비로 계약하지는 않았지만 작업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다. 건축주는 큰마음을 먹고 도장을 찍었고 설계자는 아쉬움을 안아야 했던 계약이었다. 그렇지만 준공된 결과물이 양쪽 다 마음에 들었다면 그 평가가 A는 아니지만 B는 된다고 보자.

 

다음 글에서 설계 과정을 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