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의 얼개 짜보기

단독주택 얼개짜기-제1영역 Master Zone : 전통구들 한실로 부활한 서재를 들인 주인공간

무설자 2018. 11. 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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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靜中動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1

   단독주택의 세 영역 중의 1영역인 Master Zone

   - 전통 구들 한실韓室로 부활한 서재를 들인 주인 공간

 

 

양산시 원동면에 지은 필자 설계의 心閑齋 Master Zone의 백미인 공간, 전통구들을 들인 방이라 저녁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바깥 공기가 찰수록 이 방의 진가가 드러나니 따끈따끈한 방바닥이 방전체를 훈훈하게 만든다. 봄이 올 때까지 건축주는 침실을 버리고 여기에서 꿀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좌식 공간은 고정된 가구가 없으니 서재, 다실, 침실로 변신하면서 다목적 용도로 쓸 수 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인 남자가 차지하는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 거실 소파라고 하겠지만 혹시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는 남자가 있을지 궁금하다. 반가班家에 한정되겠지만 옛집에는 남편은 바깥주인으로 사랑채, 아내는 안주인이어서 안채로 나누어서 영역을 구분해서 생활했었다.

 

아내의 어원이 집의 안쪽이라고 하는데 안채의 주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옛날에는 남편은 주로 사랑채에서 기거하고 안채에는 아내의 허락을 구해 잠을 잘 때만 머물렀다. 아파트는 옛집으로 보면 안채의 영역과 다름없으니 남자들의 공간이 없어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남편은 아내의 공간에 얹혀사는 신세인 셈이다.

 

1 영역인 Master Zone에 침실, 욕실과 함께 서재라는 남편의 자리를 꼭 만들어서 남자의 기를 살려주면 어떨까? 이렇게 제1 영역은 부부가 잠자는 침실과 파우더 공간이 갖추어진 욕실, 서재로 구성된다. 집 전체의 구성에서 음양陰陽으로 공간을 나누면 제1 영역-Master Zone은 음陰이 바탕이 되는 북향과 양陽이 돋아나는 동향에 위치하게 되겠다.

 

필자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 침실동과 거실동의 두 채로 나뉘어져 있고 제1영역인 침실동의 일층이 Master Zone이다. 전통구들을 들인 한실 서재는 툇마루를 거쳐 연못이 있는 정원으로 드나들 수 있다. 

 

   제1영역-Master Zone의 위치

 

집의 얼개를 짜면서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객실로 공용공간을 두고 이층에 안방을 포함한 침실로 사적공간을 구성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공간의 분위기로 봐서 동적動的 공간을 일층으로 하고 정적靜的 공간을 이층에 둔다는 개념을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생활하는 중에 일시적이거나 나이가 들어 다리가 불편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이층에 부부침실이 있으면 불편한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을 것이다.

 

주택을 지어서 사는 연령대는 보통 50대를 넘기는 나이가 대부분이다. 집을 지을 당시에는 걷는 데 불편함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계단은 장애물이 되고 만다. 살다보면 다리를 삐는 등 일상에서 부상을 입어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층에 일상에서 쓰는 공간을 두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심지의 작은 대지에 짓는 협소주택은 엘리베이터를 두지 않고 계단만으로 수직 동선을 해결하고 있다. 이 경우에 계단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려해야 하며 다리를 다치게 되면 회복될 때까지 집에서 지낼 수가 없다. 단독주택은 일층에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만 오랫동안 그 집에서 살 수 있다.

 

1 영역이 무조건 일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한 집에서 오래 오래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다리가 불편해졌다고 해서 집을 다시 지어서 옮겨 살거나 아파트로 되돌아가야 할까?

 

음양陰陽으로 보는 제1영역

 

동서남북의 방위로 보면 북쪽은 음이며 동은 음에서 양이 일어나는 영역이며, 남은 양이며 서는 양에서 음으로 기우는 영역이다. 그래서 실의 기능으로 보아 정적인 성격은 북과 동에, 동적 공간은 남과 서에 두면 방위와의 관계가 어울린다고 보았다.

 

Master Zone은 부부의 사적私的 생활을 영위하게 되므로 공간의 성격은 음이라 하겠다. 이 영역에서는 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욕실을 쓰는 등 움직임은 조용해서 정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밤이 이슥해지면 아침이 오듯이 동쪽은 음에서 양의 기운이 돋아난다. 조용해야 좋은 수면, 휴식, 독서나 사색 등의 홀로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하니 북쪽이나 동쪽에 배치되면 좋겠다.

 

의 자리인 북쪽에 침실이 있으면 좋겠고 양이 일어나는 동쪽에는 정신이 깨어나는 서재가 알맞겠다. 1 영역이 전체적으로 조용하지만 서재는 양의 기운이 함께 해야 깨어 있게 될 것이다. 침실은 언제든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유지되어야 하니 빛의 변화가 없는 북쪽이 좋을 것이다.

 

1영역의 각 공간

 

 -부부침실

부부가 쓰는 침실은 오로지 잠만 자는 기능을 가진다. 안방은 침실의 기능과 함께 거실과 식당의 역할까지 다목적으로 썼을 때 쓰던 용어이다. 거실이 일상생활의 주공간이 되고 있는데도 아파트는 아직 남향에 안방이라며 주침실을 고집하고 있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부부 침실은 숙면에 들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하며 방위를 고려해서 시간을 불문하며 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수면 습관이 달라지므로 트윈베드를 쓰는 부부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녀가 아닌 친구가 한 방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부욕실

욕실은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쓰임새에 대해 충분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파트 욕실에 익숙해져서 대변기, 세면대, 샤워기가 일렬로 놓고 쓰면 되는 것일까? 생리적인 처리를 위해 볼 일만 보고 나오는 공간으로 한정하지 말고 어떤 쓰임새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욕실을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Rest Room이라 쓴다. 말 그대로 휴식하는 방이니 구체적인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욕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매일 목욕을 한다면 때를 씻기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몸과 맘을 푸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으로 쓰면 좋겠다. 욕조가 놓이는 자리를 샤워하는 공간과 별도로 밖을 볼 수 있으면 휴식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욕실 영역의 면적을 여유 있게 두어서 화장을 하고 양치질을 하는 자리는 건식공간으로 만든다. 변기와 욕조를 놓는 공간도 구분해서 목욕이나 배변하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어야 하겠다. 목욕을 통해 몸과 맘을 이완시키고 배변 또한 몸 안의 노폐물을 느긋하게 내보내면 최고의 기분이 되리라.

 

-서재이거나 차실茶室이거나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서재를 둔다는 건 남편들의 큰 바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시대의 남자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외로움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풀기 어려운 화두라 할 것이다. 우리집을 지으면서 서재라 해도 좋고 차실이라 해도 좋은 남편의 공간을 제안해 본다.

 

만약 전원에 집을 짓는다면 이 방을 전통구들을 들인 한실로 만들면 좋겠다. 입식立式 생활로 바뀐 주거생활에서 좌식 공간을 두는 건 우리 주거의 전통을 잇는 중요한 해법解法이라 할 것이다.한국 사람이라는 유전자가 원하는 주거 습성은 퍼질러 앉고 드러눕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온수온돌이지만 바닥 난방을 하고 침대나 침상에 난방이 되도록 해서 쓰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밖에는 없을 것이다.

 

구들을 들인 한실로 꾸민 서재는 굳이 남자의 공간이라 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장작을 넣어서 불을 들여 따끈한 방바닥에 앉아서 차를 마신다. TV 없는 방에서 차를 나누며 밤늦도록 나누는 얘기가 끝이 없으리라. 방 안 가득한 훈기가 저절로 잠을 부르니 뜨거운 방바닥에 요를 깔고 단잠을 잘 수 있다면 선택 받은 노후를 보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심한재의 한실과 정원 : 달빛정원이라 이름붙인 연못이 있는 정원은 구들 들인 한실에서 드나들 수 있는 남자의 영역에서 백미가 된다

 

 

다음 편은 세 영역 중 제2영역인 Guest Zone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8,11,30)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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