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원광스님 열반 20주년 추모제 및 유고산문집 출판기념회

무설자 2010. 4. 19. 21:51
728x90

원광 스님을 마음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

원광스님 열반 20주년 추모제 및 유고산문집 출판기념회

 

원광 스님

 

피안보다 차안을 노래했던 시인이며

수행을 통해 차안이 피안보다 더 소중함을 깨달았던 출가 수행자로서 스님이었고

아직 차안에서 살아감이 고통이기에 '차'로서 심신을 달래는 길을 가르치던 다인이었습니다

 

문인으로 세상을 만날 때는 문학으로 보여주는 삶의 단면이 많은 이들을 행복으로 이끄셨지요

많은 문인들의 가운데 서서 스님이 아닌 참 인간의 진면목을 글로 옮기시고 노래하셨습니다

그렇게 사시면서 만났던 불가의 사람들, 다인들,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이 사진 한 장은 차를 매개체로 세상과 호흡했던 스님의 진면목을 보는듯 합니다

매개체, 누군가와 소통하는 도구로서 스님은 차를 나누고 전하고 얘기했지요

무슨 맛이냐며 주는대로 마시던 분들이 이제는 차 없이는 못사는 일상의 소중한 양식이 되었습니다

 

원광 스님은 불가에서는 부산불교신도회의 지도법사로 불법을 설파하셨습니다 

문인으로서는 부산불교문인협회 초대회장과 '목마'동인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셨지요

다인으로 부산 다인연합회 초대회장과 차전문지 '다심'의 발행인으로 차를 널리 전하셨습니다

 

이제 스님이 머무시던 통천굴도 간판이 내려졌고

서가에 꽂힌 시집은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길러내신 유발상좌들이 유업을 잇고 있으며 '여란다회'는 스님의 차정신을 잇고 있습니다

 

 

유발상좌,

출가인으로서 상좌를 두시지도 않고 입적하셨지만 스님에게 상좌는 유발이었습니다

어린이회, 중등학생회를 거쳐 청년회를 다니던 이들이 입적 후 20년을 스님의 뜻을 이어갑니다

 

 

 

'여란다회'

스님의 차 정신을 이어가는 다인들이 오늘도 차를 준비합니다

스님이 차로 세상을 만나시던 그대로 20년을 이어왔습니다

 

 

아직도 스님을 마음에 담고 사는 이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수백 명은 아니더라도 스님을 도반으로, 스승으로, 부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스님이 나누신 불법, 차, 문학과 더불어 가는 분들이지요

 

 

통도사 문수원 수안스님,

그림이라는 방편으로 불법을 펴시기에 원광 스님의 입적소식에 한동안 음식을 드시지 못하셨답니다

척박한 그 시절에 불법을 예술에 담고 차에 담는 특별한 도반이셨겠지요

 

원소 스님,

원광 스님을 한번도 뵌 적이 없음에도 입적 후 혼란스런 정오사(대승불교회)를 맡아 주셨습니다

주장자의 발간, 어린이회, 학생회, 청년회의 지도 등 스님의 일을 그대로 지키고 이어주셨습니다

 

어쩌면 오늘 행사는 원소 스님과 그렇게 인연이 없는데도 서울에서 내려와 주셨습니다

그때의 인연들을 챙기시는 마음이 원광 스님을 지금 뵙는듯 합니다

반갑고 고맙고 그리웠습니다 

 

강남주 교수님

원광 스님과 문우로서만이 아니라 친구로서 입적 후 스님의 유업을 이어가는데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십니다

같이 살아가야할 분이 먼저 가신 뒤에 해야할 일들을 무엇이든 발벗고 나서주시니 유발상좌들은 그냥 의지할 뿐입니다

 

여란다회에서 차를 냅니다

스님의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이렇게 이자리에서 향기로 피어납니다

차는 이러하다며 하신 말씀을 이렇게 행다로 보여줍니다

 

이 차 한 잔이 스님의 마음입니다

차 한 잔에 피어나는 향기가 스님의 말씀입니다

차와 어우러지는 모든 것이 스님과 함께 하는듯 피어납니다

 

차 한 잔 올립니다

스님이 내신 그 맛이 아닐지라도 그냥 차 한 잔이 그러하다며 받습니다

그렇게 스님이 건네주는듯 마십니다

 

차를 올립니다

부처님께 올리고 세상에 올립니다

올리고 내리는 것이 차 한 잔의 마음에 담깁니다

 

그리운 원광 스님

아무리 목놓아 불러도 대답 없겠지만 부르고 또 불러봅니다

그리고 마음에 담아 살아가며 삶은 스님의 뜻으로 이어갑니다

  

춤사위에 무엇이 담겨있습니까

그저 그리움을 담아 인연의 도타움을 풀어 낼 뿐입니다

담았다 풀어내고 풀었다가 담고 또 풀어내고 마음에 담아갑니다

 

또 하나의 기록을 담아 올립니다

세상을 향해 하셨던 그 말씀을 이렇게 책으로 엮어 올립니다

더 사시며 이야기하셔도 여여하게 이만큼 이셨겠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차 한 잔의 향기를,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세상에 전하셨던 흔적입니다

달마다 받았던 그 향기로운 말씀들이 이제는 이렇게 지난 이야기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또 스님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이들이 그 뜻을 이어갑니다

 

오늘의 이 만남이 부족한 자리이더라도 더 큰 의미로 담아간다는 것을 압니다

어리던 스님의 유발상좌들이 불법을 전하고 문학으로 노래하고 차를 세상에 나누고 있습니다

원광 스님이 세상을 위해 펼치고자 했던 일들을 이 사람들이 뜻을 담아 행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영전에 차 한 잔 올립니다

 

 

무 설 자